한련초를 꺽으면 까만 즙액이 나오는데, 민간에서는 이 줄기나 잎을 물에 담갔다가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숱이 많아진다고 했다. 옛사람들은 이 풀의 먹물처럼 검은색을 띠는 진액을 활용해 수염이나 머리를 물들이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특히 치질(痔疾)의 출혈에 달여 마시면 지혈효과가 있었다. 동의보감에도 한련초는 모발을 길게 하며 백발(白髮)을 검게 한다고 되어있다 한다.

어린 시절에 소꼴을 베다보면 낫의 표면이 검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로 한련초를 베어 그런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풀을 베다가 낫에 손가락을 다치기라도 하면 그 한련초를 짓이겨 상처를 감쌌던 기억이 있다. 당시는 몰랐지만 풀의 지혈(止血)작용을 이용했던 것이다. 그저 그렇게 한다는 것을 누군가 알려주었던 게다.

그런데 약용식물 공부를 하다 보니 한련초는 우리 몸에 아주 좋은 풀이다. 어린 줄기와 잎을 나물로 먹으면 우리 몸을 튼튼하게 해주는 이로운 식물이다. 한방(韓方)에서도 허약한 몸을 보충해주는 약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렇게 좋은 풀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반갑다. 논두렁에서 봤던 한련초를 삭막한 도심의 옥상 화분에서 조우(遭遇)했으니 옛 친구를 만난 듯하다.

아침저녁으로 고추와 채소 화분에 물을 주면서 한련초와 대면을 한다. 잡초들은 여지없이 뽑아 제거하지만 일단 한련초는 보류다. 여러 군데서 자라기 때문에 그냥 길러 수확을 해 물에 끓여먹어도 그만인 풀이라 내심 계산을 하는 중이다. 6월 중순인데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여름과 가을사이에 채취한다 했지만 이른 것 같다. 아직도 어린 풀은 작은 잎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고추는 벌써 불긋불긋한 기운이 보인다. 식탁에 오른 놈을 먹어보니 매운맛이 난다. 꽤 매콤하다. 농경민족의 후예임을 자랑하며 고춧대를 세운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확이라니 단독주택에 사는 보람이 있다. 자식들에게도 싱싱한 소득을 전해줄 수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어쨌든 농작물을 키우는 것이니 관련 지식과 제때에 맞는 거름을 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나보다는 아내가 한 수 위다. 겨울철에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 거름을 만드는 것부터 묘종(苗種)을 언제 어떻게 해서 화분에 심을 것인지 등을 신통하게 잘 안다. 시골에서 컸을 뿐이지 실제 농사에 대해선 잘 모를 텐데 말이다. 섬세함은 역시 여자인 것 같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벌들이 쉴 새 없이 피어나는 고추꽃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헤맨다. 벌 나비 덕분에 열매가 맺히니 고마운 친구들이다. 바닥엔 진딧물을 나르느라 개미들도 분주하다. 얘들은 또 어떻게 올라와서 사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시나브로 시작했던 화분농사가 이른바 나와 그들에게 삶터를 만든 격이다. 그 화분에서 만난 한련초의 추억이 푸른 하늘가를 아련하게 맴돈다.
 <대전시 여성가족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