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면 흥하고 자만하면 망한다 

동서고금의 역사나 개인사에 있어서 ‘겸손’했을 때는 흥성하였고 자만했을 때는 ‘쇠망’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겸수익만초손(謙受益 慢招損)’ 즉 겸손하면 이익을 얻지만 자만하면 손해를 부른다 하였다. 이처럼 자기 자신, 남과의 관계, 국가경영에 있어서 ‘겸손’은 필수덕목이라 하겠다. 겸손(謙遜)에 대한 이치를 살펴보겠다.
 
우주만상과 자연현상을 통해 삶의 도리와 앞날의 지혜를 밝혀주고 있는 ‘주역’에 있는 15번째 괘명 ‘지산겸(地山謙)’에서 겸손의 이치와 도리를 찾을 수 있다. ‘지산겸’(地山謙)은 낮은 땅(地) 아래에 높은 산(山)이 있는 형상으로서 자신을 굽혀서 낮은 자보다 더욱 낮추는 겸하의 상이다. 그래서 괘명이 겸(謙)이다. 좀 더 살펴보면, 천도(天道)는 가득찬 것을 이지러지게 하고, 지도(地道)는 가득찬 것을 변하게 하고, 귀도(鬼道)는 ‘가득한 것을 해롭게 한다.’ 하였다.
 
그래서 사람의 정(情)도 가득찬 것을 싫어하는 천도(天道), 지도(地道), 귀도(鬼道)를 본받아 ‘가득찬체하는 자만과 교만을 싫어하는 것이라.’ 하겠다. 하늘이나 땅, 귀신은 가득찬 것을 싫어하여 가득찬 것을 이지러지게 하거나 변화시켜 모자란 것에다 채워준다. 사람도 이를 본받아 자신의 가득찬 것(학식, 재능, 재물, 권세 등)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사회를 이롭게 하고,(益謙) 아래로 흘려 내리게 해서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流謙) 이것이 ‘지산겸’에 들어 있는 ‘겸손’의 덕이다.

그래서 겸손을 한마디로 가진 자의 베품이라 할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하겠다. 겸손은 자신의 능력을 내 세우기보다는 남을 존중하는 것이기에 자신을 비록 드러내지 않더라도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겸손이야 말로 처세의 필수 덕목이 아니겠는가. 모든 사람은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막상 내 자신이 겸손한 사람이 되기란 쉽지가 않다. 어떻게 하여야 겸손으로서 자신을 지키고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
 

공을 세웠다면, 빨리 잊어라


▲ ‘총애(신임)를 받을수록 겸손 하라.’는 것이다.
득총사욕(得寵思辱) 즉 ‘위 사람의 총애나 신임을 받으면 언젠가 욕됨이 이를 것을 생각하여 항상 겸손 하라.’는 것이다. 여도지죄(餘桃之罪) 즉 ‘먹다 남은 복숭아를 준 죄’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왕에게 총애를 받았던 ‘미자하’라는 미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이 왕의 총애를 받을 때는 자기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왕에게 준 무례도 왕에게는 귀엽게 보였다.

그러나 ‘미자하’가 나이가 먹고 용모가 추하게 되니 왕의 마음이 미움으로 변하였다. 그래서 ‘미자하’의 그러한 행동이 나중에는 무례함으로 여겨져 형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마음은 이처럼 간사하여 사랑과 미움의 마음은 영원하지 못하다. 언젠가는 변하게 되어있다. 그리하여 지금 총애나 신임을 받고 있다면 교만하지 말고 언젠가는 변할 그 때를 생각하며 항상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

▲ ‘공(功)을 자랑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을 세운 사람이 오래도록 그 영광을 누리고자 하면 자기가 공을 세웠다는 그 자체를 잊어버리라 했다. 그래야만 거만함이 없이 겸손하여서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또한 시기질투를 받지 않아 공에 대한 영광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서고금 역사 속 많은 영웅호걸이나 경세가들이 큰 공적을 세우는 데는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으나 안타깝게도 자신의 본성 즉 ‘겸손’을 온전하게 지키는 데는 무능했기에 비명횡사의 화(禍)를 당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공성신퇴(功成身退)’ 즉 공을 세우면 물러나라 했다. 세상을 뒤덮을 만한 공(功)도 자랑긍(矜)자 하나로 무너진다고 했다. 어떤 일을 하거나 남을 위해 애써 수고를 하고도 그만 공치사(功致辭)로서 수고한 보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참된 겸손은 겸손하다는 이름조차 없어야 한다했다.

▲ ‘겸손하되 비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겸손과 비굴은 다르다 비굴은 내가 모자라기 때문에 낮추는 것이고, 겸손은 내가 가득 찼기 때문에 낮추는 것이다. 빈천하면 부귀한자에게 의지하여 빈천함을 모면하려고 아첨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아첨하면 비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나친 겸손은 자칫 비굴하게 보이게 되어 자신을 치욕스럽게 만든다. 그러므로 겸손의 도는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중용의 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윗사람에게 지나친 겸손은 아부나 비굴이 될 수 있으나 아랫사람에게 겸손은 미덕이 된다 하겠다.

그렇다, 자신에 대한 자만은 금물이다. 항상 자신을 비우고 겸손히 하여 갈고, 닦고,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