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 수십개 가입·가족도 동원
11년간 보험사기 50대 女 2명 검거

중·대형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십수억 원의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보험회사와 금융감독원의 ‘사각지대’를 노린 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18일 수십 개 보험상품에 가입한 뒤 경미한 질환으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보험금 19억 여 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사기)로 전직 보험설계사 A(51·여) 씨와 B(50·여) 씨를 구속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A 씨의 남편과 딸, B 씨의 남편과 아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한 진료차트 분석결과가 통보되는 즉시 신병처리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3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대전 시내 대학병원을 돌아다니며 보험상품 수십 개에 가입하고 입원치료가 필요치 않은 피부건선, 관절염, 요실금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입·퇴원을 반복, 보험사로부터 19억 2000만 원을 타낸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2003년도에 보험설계사(A 씨)와 고객(B 씨)으로 만난 두 사람은 매달 200만여 원의 보험료를 내며 수십 개의 보험에 가입하고, 가족까지 동원해 보험금을 타냈으며, 입원기간은 B 씨가 1700일, A 씨가 1031일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A 씨는 보험설계사로 근무할 때 알게 된 보험특약지식으로 수십 개 보험 상품 중 18개의 특약에 가입, 31일 초과 입원 시 하루 최고 89만 원의 보험료를 받는 등 68일간 입원하며 7500만 원 상당 보험금을 편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와 B 씨가 같은 날짜에 동일 병원 입·퇴원을 8번이나 하고 상호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이들이 공모해 과다입원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찰은 이들이 동네의원을 이용하던 그동안의 보험사기 유형과는 다르게 중·대형병원을 이용해 금융감독원과 보험사가 쉽게 혐의점을 잡아내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 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밤에 통증이 너무 심해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팠다”며 “보험을 많이 가입한 이유는 보험설계사로 일한 실적 때문에 그랬다”고 주장했다. 이형복 둔산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은 “이들은 부인하지만 서로 동반 입원 한 것도 있고 입원기간에 먼 지역 식당으로 식사를 하고 홈쇼핑도 했다. 병원이 처방한 약을 먹지 않고 퇴원 후 외국 여행을 간 것 등으로 혐의가 입증됐다”며 “공소시효가 지난 사기금액 3억여 원과 앞으로 조사할 것 등을 더하면 이들의 사기총액은 25억 9000만 원에 이른다. 이들의 여죄를 철저히 수사하고 보험사기 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런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를 다른 선량한 시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며 근절책 마련을 강조했다. 한화생명 특별조사팀 김흥택 과장은 “지난해 통계자료를 보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6000억 원이고, 잠재적으로 4조 원의 피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회사는 손실 금액을 다른 보험료로 충당하기 때문에 각 가구당 20만 원 정도 손해라는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있다”며 “갈수록 보험범죄가 지능화 되고 있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정부, 경찰 합동으로 범정부 보험정부대책반이 발족했고 경찰청에서도 대책반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험사도 보험사기에 대처하기위한 조사팀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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