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축배를 오래 들지 말라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누구나 즐겨 부르는 민요 가락의 한 대목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만고불변의 이치가 담겨 있다. 영원히 피어있는 꽃 없고, 영원히 둥근 달이 없듯이 삼라만상에는 일정함과 영원함이 없이 항상 변하고 도는 것이다. 즉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흥성(興盛)과 쇠망(衰亡)도 영원함이 없어 흥성하였다가는 쇠망하고 쇠망하였다가 흥성하는 것 또한 불변의 이치라 하겠다.

꽃의 만개(滿開)는 낙화(落花)를 부르고 달의 둥금은 이지러짐을 부르는 것처럼 흥성(興盛)의 절정은 쇠망(衰亡)을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만초손(滿招損) 즉 가득차면 덞을 부른다 하는 것이다. 주역의 63번째 괘인 ‘수화기제(水火旣濟)’에서 그 이치를 찾아보겠다. 지면관계상 간략히 설명하면, 수화기제(水火旣濟)에서 水, 火는 水의 기운이 위에 있고 火의 기운이 아래에 있는 형상으로서 수승화강(水昇火降) 작용에 비유할 수 있겠다. 수승(水昇)은 식물에서 물(水)이 물관을 통해 잎까지 올라가는(昇) 현상을 들 수 있다.

화강(火降)은 불(火)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간다는 뜻으로 잎에서 만들어진 태양에너지(水)가 체관을 통해 아래에 있는 뿌리까지 내려가는(降) 현상을 들 수 있다. 사람도 피(水)가 심장에서 온 몸으로 잘 올라가고(水昇) 온 몸의 氣(火)가 단전으로 잘 내려가서 모아져야(火降)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를 비롯한 동식물, 사람 할 것 없이 모든 생명체는 수승화강 작용이 원활하여야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水, 火의 괘상은 만사형통, 성공, 성취, 흥성의 뜻으로서 아주 이상적인 괘상이라 할 수 있겠다. 수화기제(水火旣濟)에서 기제(旣濟)는‘이미 건넜다’는 뜻으로서 모든 일이 다 뜻대로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주역의 이치는 변화의 이치다. 그러므로 ‘이루어졌다’ 즉 성공과 흥성의 절정을 뜻하는 기제(旣濟)는 또 다른 변화 즉 쇠망(衰亡)의 변화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화기제’의 괘명에서 우리는 성공하였을 때나 흥성함이 절정에 달했을 때 성공의 축배를 너무 오래 들지 말고 쇠망에 대비하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의 한계는 물이 다 없어지는 것이고, 부(富)의 한계는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인간은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탐욕을 부리다가 끝내는 제 몸을 망치고 만다. 이것이 인간의 한계라 하겠다. 마찬가지로 성공과 흥성함이 영원하리라 착각을 하고 자만하고 나태하다가 그만 패망한 뒤에야 대비하지 못한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 재물, 권세, 인기가 있을 때 어떻게 처신하여야 그 영광을 오랫동안 지닐 수 있을까?

재주와  복은 세상을 위해 베풀어야

◆ 절제하고, 겸손하고, 삼가고, 베풀라.
부귀를 누리고 권세와 인기가 있을 때 지녀야 할 덕목은 절제와 겸손 그리고 삼감과 베풂이라 하겠다. 명심보감 성심편에 보면 ‘복이 있다 다 누리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해 질 것이요, 권세가 다하면 원수와 만나게 되니라. 그러므로 복이 있을 때는 항상 스스로 아끼고, 권세가 있을 때는 항상 스스로 삼가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교만과 사치, 권세의 좋은 끝이 없느니라’ 하였다. 항용유회(亢龍有悔), '더 없이 높이 올라간 용은 떨어질 일에 눈물을 흘리며 후회를 한다’ 하였다. 그래서 빌게이츠나 카네기, 록펠러처럼 세계적인 기업가도 성공의 정점에 있을 때 물러나 기부와 나눔, 봉사활동으로써 절정 끝에 오는 떨어짐의 화를 피하고 오히려 그 이름을 빛내지 않는가.

◆ 재주와 복을 다 쓰지 말고 남겨서 조물주에게 돌려주라.
타고난 재주와 복은 조물주가 내려 주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과 세상을 위해 베풀라는 것이다. 노래의 재주는 그 재주를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데 베풀고, 학식의 재주는 세상을 밝히는 데 베풀고, 재물의 복은 어려운 사람을 위해 베풀라는 것이 조물주의 뜻이라 했다. 그러므로 성공했을 때 그 영광과 결실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고 사회에 돌렸을 때 바로 그것은 조물주의 뜻을 받든 것이기에 더욱 큰 영광이 따를 것이다. 며칠 전 전 재산 2000억 원을 통일나눔재단에 기부한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야말로 조물주께서 내려주신 재복을 다시 조물주에게 돌려줌으로써 조물주의 뜻을 따름이라 하겠다. 흥성(興盛) 뒤에는 쇠망(衰亡)이라는 변화의 섭리에 따라 대림산업의 지금의 흥성함도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이준용 명예회장의 숭고한 뜻은 영원히 기려짐이라 하겠다.
◆ 그렇다. 잘 나갈 때, 있을 때, 절제, 겸손, 삼감, 베풂으로써 잘해야 한다.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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