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기 ㈜그린폴 대표.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이란 말은 정부가 분리수거 활성화를 장려하며 내건 표어다. 이 말을 접할 때마다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진짜 모은다고 자원이 될까?’ 누구나 한번 가져봤을 법한 이 의문에 정확히 답을 내리는 이가 있다. 기능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 전문업체를 운영 중인 김명기(56) ㈜그린폴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버려진 플라스틱을 모아 재가공, 새 제품의 원료를 생산함으로써 환경적 측면은 물론 원가절감 등 유무형의 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그 무한한 시장이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는 김 대표의 지론은 이렇다.

#. 운명적 첫 만남
화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기업 연구소에서 16년 동안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PE, PVC 등을 생산하는 한 대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김 대표는 연구원의 숙명인 연구과제를 물색하고 있었다. 수익창출과 관련된 연구과제 대부분은 다른 직원들이 맡고 있어 아이디어 발굴에 골몰하던 김 대표는 XL파이프 생산 공장 직원들의 푸념에서 답을 얻었다. 1990년대 당시 XL파이프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아파트 설비자제로 전국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재건축, 재개발 등이 도래하는 시기엔 분명 이를 폐기하지 못해 골칫거리로 남을 것이라는 게 공장직원들의 걱정이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전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어요. 그 결과 1년 만에 특허를 얻었습니다. XL파이프를 재활용하는 기술말입니다. 이것이 재활용과 첫 만남이었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활용 즉 리사이클링 관련 산업은 무한적입니다. 앞으로 산업전반에 걸쳐 확산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재활용분야 국내 최고 기술력
우연한 기회에 재활용과 인연을 맺은 김 대표는 지난 2000년 2월 ㈜그린폴을 설립했다. 대전산업대(현 한밭대) 조그마한 방에서 시작한 그린폴은 현재 천안에 공장을 설립하고, 지난 2013년 자체 부설연구소를 갖출 정도로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그린폴의 무기인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다.
재활용의 특성상 폐기된 플라스틱은 색은 물론 물성(物性)까지 각기 달라 새로운 혼합물을 만들더라도 일정한 물성을 갖게 하는 게 어렵다. 김 대표는 그간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관련 특허만 7개를 획득, 최근 2년 동안 ‘반품 제로’를 달성할 정도로 품질만큼은 자신한다. 재활용이란 부정적인 인식을 고품질로 깨버린 그린폴은 자동차 내·외장재, 세탁기, 에어컨 등 전기·전자제품, 산업용 팔레트, 파이프, 일반생활용기 등 산업전반의 각종 소재 원료로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수출 100만불탑까지 수상했다.

㈜그린폴 천안공장 전경
㈜그린폴 천안공장 내부
#. 값비싼 수업료, 포기하지 않는 열정
그렇다고 김 대표가 지금까지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설립 초창기 내 공장이 없어 위탁가공으로 제품을 판매했지만 기술은 오픈되고 단가가 떨어져 오래가지 못했다. ‘재활용은 싸구려’라는 부정적인 풍토에 반품도 많이 받았다고 김 대표는 우울하게 회상했다. 이 같은 환경에 내성이 생길 무렵 그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온다. 제3국 무역을 추진했던 김 대표는 미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A급 샘플을 받아 홍콩 판로를 개척했다.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받고 보니 홍콩에 도착한 제품은 D급이었다. 미국 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곧바로 홍콩에선 항의와 반품요청이 빗발쳤다. 시련 앞에 ‘회사를 접을까’고민했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는 신념이 가로막았다. 내수기반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공장설립을 추진했고, 폐 플라스틱의 수집, 세척, 파쇄 등 전처리과정으로 수익률이 떨어졌던 공정도 과감히 개선, 자신 있는 컴파운드에만 집중하며 부활의 날개를 폈다.

지난 2005년에 수상한 100만불 수출탑.
#. 기술만큼 중요한 영업
김 대표의 성공기에 기술력이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에 못지 않은 게 영업이었음을 절감했다. “나는 기술자였지 CEO는 아니었다”는 말에 절대 공감을 표하는 그의 몸짓이 그랬다.
“연구소에서 근무할 때에는 학위가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학위만 갖고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이더군요. 내가 중요하고 획기적이라고 한 판단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시장이 어떻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품을 만들어 팔려는 대상의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줘야 성공할 수 있다는 영업의 비결 같은 것 말이죠. 연구소에서의 경험만으로 창업에 성공하기는 그래서 쉽지 않습니다.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영업에 대한 준비를 꼭 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 무한한 시장, 앞으로가 더 기대
우리나라 경제는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에 위협받고 있다. 중국에게 선두 자릴 내준 분야도 한둘이 아니다. ‘싸고 좋은 물건’을 찾는 경제논리 속에서 이 같은 현상은 당연한 이치다. 이를 타개하려면 원가를 줄이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 인건비를 줄이긴 힘들다. 그래서 재활용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자원 하나 없는 나라가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한다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폐자원을 활용해 원가를 낮춰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자동차 시장의 경우 경량화 추세입니다. 연비를 봐도 그렇고 경량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이렇다 보니 승용차의 20~25%가 플라스틱 소재며, 앞으로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특히 EU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자동차에 재활용소재를 25% 이상 상용토록 규제하는 등 재활용소재 사용에 대한 관심은 전세계로 번져 재활용분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미 대기업에서도 재활용 업체를 매입하거나 키우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업체 입장에선 원료도 충분하죠. 우리나라 플라스틱 생산율은 세계 4위거든요. 재활용할 수 있는 원료가 그만큼 많이 생산된다는 것으로 보면 맞습니다.”그린폴은 5년 내 매출 100억 원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걸었다. 플라스틱 재활용분야 국내 최고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김 대표와 그린폴의 도전에는 쉼표가 없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그린폴(www.greenpol.co.kr)
그린폴은 현재보다 함께 이뤄나갈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무한자원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폐플라스틱, 플라스틱 원료 등을 자동차, 산업용, 생활계 등에 사용되는 소재 원료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난 2000년 설립 이래 waste PP, PE, PVC 등의 소재를 기능성 첨가제와 배합해 제품 물성에 맞는 콤파운드(compound)를 개발해 왔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자동차범퍼, 내장재, 전자제품 케이스, 산업용 팔레트, 파이프, 일반 생활용기 등 산업전반에 걸쳐 각종 소재 원료로 적용되고 있다. 산학연 과제개발과 특허화를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선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라는 자부심으로 지속적인 기술 개발 및 제품 균일화와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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