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해문이 13일까지 서울공연

세종특별자치시 건설을 소재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물신주의를 꼬집은 연극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오는 13일까지 서울 국립극단에서 공연하는 ‘조치원 해문이’가 바로 그것이다.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일대가 세종특별자치시로 승격된 2012년 조치원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당시 사회 현상과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물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을 풍자했다.

마을이 행정수도가 된다는 정부 발표에 조치원 일대 땅값은 치솟고 마을은 흥청대다 가라앉기를 거듭하던 2012년 서울에서 연극을 하던 해문이는 아버지 이성국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를 뒤이어 마을 이장직은 삼촌 이만국이 이어받고, 해문의 친구들은 마을회관에서 이성국의 유령을 목격한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해문은 아버지의 죽음이 삼촌과 개연성이 있을 것이란 강한 의심을 품고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 규명과 복수를 위한 치밀한 계획을 펼친다.

극작가 이철희가 쓴 희곡은 전체적인 구성이나 인물 관계를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착안하면서도 한국적인 토착성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 벽산문화재단으로부터 ‘제4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했다.

‘해문이’, ‘오피리’ 등 한국화된 캐릭터와 배우들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연기는 부조리한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하며 우리 사회의 상처를 신랄하면서도 코믹하게 짚어본다.

연출은 박상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교수가 맡았고, 이영석·김정호·김문식·정나진·최지연·박경찬·이동영 등 17명의 개성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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