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댐을 거슬러 안내로 이르는 길은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처가(妻家)를 갈 때마다 지나는 길이다. 벚나무 가로수와 물이 어우러진 수려한 풍경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다. 사계절을 숱하게 지나치지만 싫지가 않다. 벚꽃이 흐드러졌던 지난 봄의 모습은 푸른 이파리 속으로 자취를 감춘 채, 나무 그림자를 물가에 드리우고 바람에 일렁이고 있다. 긴 숲 터널 같은 이차선 도로는 자동차가 꼬리를 문다. 수 십 년을 오가지만 자연과의 조화가 묘한 것임을 새삼 느낀다.

아는 분의 소개로 절을 소개 받고 동행하여 가는 길이다. 여기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구불구불 돌고돌아 좁은 산길을 오른다. 차 속에서도 경사를 느낄 만큼 경사가 급하다. 한참을 오르니 절 마당이 보인다. 깎아지른 듯한 산봉우리 밑에 축대를 쌓아 지은 작고 소박한 절이다.

가산사(佳山寺)라는 절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 시대에 세워진 천년 고찰(古刹)이다. 임진왜란 때에 영규대사(靈圭大師)와 중봉(重峰 趙憲)선생이 의병을 일으켜 훈련한 도장(道場)이라 하니, 절 이전에 우리 선조들의 얼이 서린 유적지이기도 한 곳이다.

참배를 하고 고샅고샅을 둘러보았다. 지느러미 엉겅퀴로 분류되는 풀이 가지를 많이 뻗어 꽃을 화려하게 피우고 있다. 산속이라 갖가지 풀들이 절을 둘러가며 무성하다. 요사체 뒤편을 돌아보니 한 뼘 굵기 정도의 초피나무가 서 있다. 주변에 많은 초피나무가 이 나무에서 번식한 것이라 한다. 이렇게 굵은 초피나무는 처음 본다. 역시 오래된 절의 이미지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고 해가 산봉우리를 넘어서자 어둑한 느낌이 산사(山寺)에 전해온다. 산속이라선지 해가 일찍 저문다. 대웅전 축대(築臺) 아래에 어슴푸레한 산그림자 속으로 노란 꽃이 확 들어온다. 이끼 낀 돌팍 앞에 낮게 깔린 풀 위로 샛노란 꽃이 해맑게 피어 있다. 피나물 꽃이다. 연한 줄기나 잎을 꺾으면 피(血)같은 적황색의 즙이 나와 피나물이란 이름이 붙었다.

외관(外觀)상 여느 다른 풀과 딱히 별난 특징은 없다. 나지막한 키에 옹기종기 모여 군락을 이루는 풀이다. 푸른 이파리 위에 노란 꽃을 단 피나물. 봄에 숲속을 지나다 보면 노란색으로 무리지어 피는 풀. 줄기를 자르면 피 같은 붉은 진액이 나온다. 군무(群舞)를 하듯 무리지어 자라는 특성이 있다.

피나물은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30cm 정도로 뿌리줄기에서 잎과 줄기가 나온다. 산간 지역의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옆으로 기는 굵은 뿌리줄기를 가져 영양번식으로 무리를 지어 집단을 형성하며 뿌리는 길고 가늘다. 노란색의 꽃은 4∼5월 경에 줄기 끝의 잎겨드랑이에서 1∼3개씩 핀다. 여름이 되면 잎과 줄기는 없어지고 열매는 긴 삭과(蒴果)이다. 약간 독성이 있지만 봄나물로 식용하기도 한다. <대전시 여성가족원 강사>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