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종류인 매미꽃이 있는데, 피나물을 노랑매미꽃이라고도 한다. 매미꽃도 피나물과 같이 줄기를 자르면 주황색의 진액이 나오는데 같은 약재로 사용된다.

한의 자료에 의하면 피나물은 뿌리를 약재로 쓴다. 생약 이름은 하청화근(荷靑花根)이라 하며 가을에 뿌리를 캐어 햇볕에 말려서 사용한다. 그 뿌리에는 여러 가지의 알칼로이드이 성분이 있어 지혈(止血), 지사(止瀉,) 진통, 소염(消炎) 등의 약리작용이 있다. 효능은 풍습성 관절염, 타박상 등에 효과가 있다. 또한 심한 노동으로 인한 사지(四肢)가 무력하고 얼굴빛이 노랗고 수척한 데에 쓰인다.

민간에서는 어린 순을 주로 나물로 먹는데, 피나물은 독성이 있으므로 삶아서 물에 두어 시간 우려낸 후 식용한다. 민간요법으로 종기나 습진 등에 생 뿌리를 찧어 상처에 붙이면 낫는다. 특히 풀 전체를 진통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경사진 지형이라 축대를 쌓아 절을 지은 곳이다. 사람 키보다 큰 축대가 꽤 높아 보인다. 비가 오면 낙숫물이 떨어질 자리에 피나물이 옹기종기 모여 시기적으로 늦은 꽃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가뭄으로 조금은 시들하지만 십자형의 노란꽃색은 빛을 발하는 듯하다. 직각의 축대 아래 아랑곳 하지 않고 제 자리를 잡아가는 피나물은 생명력이 강한 풀이다.

조국의 암울한 현실을 지켜내고자 고군분투했던 장소라 하니 주변의 보이는 나무와 산자락이 남달라 보인다. 당시는 첩첩산중이라 보안을 유지한 채 거사(擧事)를 하기에는 알맞은 장소였던 같다. 그래서 옛날 승병(僧兵)들이 훈련했던 장소가 지금도 그대로 있다고 주지스님은 옛이야기를 전해준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는 사람들이 모여 옛날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지 그것뿐일 것이다.

작은 정자(亭子)에서 스님과 차(茶)를 나누며 역사이야기를 듣자니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해박한 우리의 상고사(上古史)며 일상에 배어 있는 문화(文化)이야기도 흥미롭다. 땅그림자가 없어지며 마당이 어둑어둑해진다. 절마당 옆에 높이를 헤아릴 수 없는 느티나무가 하늘과의 경계선에 나타난다. 굵기나 크기로 봐도 영규대사의 시절로 올라갈 정도는 되지 싶다. 우거진 나뭇잎 옆으로 말라 죽은듯한 가지가 하늘을 찌른다.
 
죽은 게 아니고 나라에 괴변(怪變)이 있으면 나중에 잎이 자라는 특이한 징조란다. 나무 밑동에 귀(耳)모양의 깊이 패인 모습은 신비함마저 들게 한다. 온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 부처님 귀는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절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하니 어둡다. 마당에 세워진 탑에 불이 들어오며 피나물꽃이 반사된다. 고즈넉한 산사(山寺)의 지킴이로 언제고 그 자리를 지키라고 당부해본다. 돌아가는 길의 고개를 넘으며 숲에서 뿜어나는 나무와 풀 향기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논의 개구리 울음소리가 그 정취를 더해 준다.
<대전광역시 여성가족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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