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괴짜지식인, 도올 김용옥

한국+중국+일본+미국에서 동·서양 철학을 전공하고 유교+도교+불교+기독교 고전을 섭렵해 인문학 강좌 열풍을 일으키는 박학다식한 대중강사, 도올 김용옥(金容沃, 1948~)은 대학교수, 철학자, 한의사, 평론가, 저술가, 연출가, 극작가, 방송인, 언론인 등으로 자칭 ‘우주의 보배(우주보·宇宙寶)’라는 융통합적 멀티플레이어다.

김용옥은 꾸준한 학문적 탐구와 신체적 단련, 지·덕·체를 겸비하려는 절차탁마로 열렬한 팬들을 강의 현장과 TV 화면에 집중시기며, 자의적 고전 해석과 독선적 언행 심사로 ‘지적 깡패+ 오만방자한 떠벌이+ 속빈강정의 지식광대+ 육두문자 쓰는 욕쟁이+ 우스꽝스러운 개그맨+ 빡빡이 아저씨+ 돌머리’라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도올은 1948년 6월 14일 충남 천안에서 광제의원 김치수 원장과 홍희남 여사의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유족한 기독교 집안에서 엄하게 자란 그의 형제들은 교수+의사+장관 등을 역임했다. 도올은 두 살 연상의 동화작가 최영애 연세대 중문과 교수와 결혼해 외동딸인 행위미술가 김미루를 뒀다.

천안제3초교, 보성중·고교를 나온 도올은 고려대 생물학과와 한국신학대 신학과를 중퇴하고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고려대·대만대·동경대에서 철학석사학위, 하버드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서양 철학과 종교·사상 등의 학문적 탐구와 다종다양한 저술활동에 여념이 없는 그는 1982년 고려대 철학과 교수직을 맡았으나 1986년 ‘지성인의 양심선언’을 외치고 사퇴한 후 국내·외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 등을 강의하며 서울대 연구교수, 용인대 유도학과 명예교수, 중앙대 의대 대우교수와 교육학부 석좌교수, 순천대·세명대·한신대 석좌교수, 미국 케임브리지 뉴잉글랜드 복잡계연구소 철학분과위원장, 하버드의대 신경생물학교실 연구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엉뚱하게도 그는 1990년 원광대 한의학과에 입학해 1996년 한의학사와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해 한의원을 개원했다. 1989년에는 태권도 철학세미나를 개최해 무술의 본질과 태권도 문화의 세계화를 논술한 ‘태권도철학의 구성 원리’를 집필, 지난해 무주태권도공원이 조성되는 데 일조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초빙교수와 전통예술원 객원교수도 역임한 도올은 마당 극단 ‘미추’를 창단해 ‘시간의 그림자’와 ‘지킴이’ 등을 연출했고, 영화화된 ‘장군의 아들’, ‘개벽’, ‘취화선’, ‘새 춘향뎐’, ‘돌바리’, ‘깜동’, ‘날개’, ‘백두산 신곡’ 등의 대본을 썼다. 그는 전통음악 대가들과 악서고회(樂書孤會)를 조직해 국악을 콘템포러리 뮤직으로 승화시키고 한대수와 록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서울미대 한국화 교수들과는 도도회(檮濤會)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도올은 큰 형인 유기화학자 김용준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 과학자와 과학사상가들이 참여하는 신과학운동 세미나를 창도하고 과학사상연구회를 설립해 학술지 ‘과학과 철학’을 발행했다. 또 한국사상사연구소를 세워 한국고전 최초의 일자색인(一字索引)인 ‘삼국유사인득’을 출간했다.

그는 1993년 도올서원을 세워 3000여 명의 우수 인재를 배출했고, 민족문화추진회의 한국고전 국역사업을 지원하면서 ‘한국고전번역원’으로 승격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1988년 무렵부터 도올은 언론인으로 신문과 방송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문화일보·중앙일보 기자로 ‘도올고함(檮杌孤喊)’이란 칼럼을 쓰고, 중앙선데이에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를 연재했다. 또 EBS ‘알기 쉬운 동양고전-노자와 21세기’와 ‘도올이 본 한국독립운동사’, ‘논술세대를 위한 철학교실’, ‘중용, 인간의 맛’, KBS ‘도올의 논어이야기’, MBC ‘한국사상사특강, 우리는 누구인가’ 등의 방송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김용옥은 세계적 종교의 경전까지 종행무진으로 해설해 종교계의 시비에 좌충우돌한다. 그리고 의학서를 비롯한 예술비평과 에세이 등의 작품집 등을 다작해 다재다능함을 과시한다. ‘쇼비즈니스적이고 엔터테인먼트한 강의로 한 몫을 챙긴다’라고 폄하되기도 하는 그의 융통합적 인문학 확산운동은 연륜이 쌓일수록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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