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우(한남대학교 홍보팀장/전 한국일보 기자)

#1. 아픔
출근길 라디오에서 ‘생동성 시험 알바’라는 단어를 들었다. 병원에 입원해서 투약과 혈액검사를 반복적으로 받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를 말한다. 이 알바 경험이 있는 청년의 말에 따르면 병원에서 시험 약을 먹고 1시간 간격으로 계속 피를 뽑아서 검사한다. 속칭 ‘마루타 알바’로 불린다.
<허삼관 매혈기>가 떠올랐다. 영화에는 돈이 없어서 피를 팔다가 육체도, 영혼도 망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피를 더 자주, 더 많이 뽑게 해달라고 의사에게 매달린다. 이렇게 피를 팔아야 했던 가난은 과거사로 사라지지 않고, 21세기 마루타 알바로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 누워 1시간 간격으로 피를 뽑는 가난한 청춘들에게 2015년 대한민국은 어떤 세상일까. GDP 곡선이 얼마나 더 상승해야 이런 아픔이 사라질까.
#2. 어긋남
청년 취업을 이야기할 때마다 따라붙는 말이 있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는 ‘미스 매치’. 정부와 기득권층은 친절히 해답(?)을 알려준다. 그냥 눈높이를 낮추라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출발하라고! 그리고 단계적으로 더 좋은 곳으로 옮기라고!
나쁜 말은 아니다. 만약 사회에 그런 이동을 위한 튼튼한 사다리가 있다면. 그러나 정규직은 없애고 비정규직만 늘리면서 무슨!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임금을 주면 될 텐데, 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절반도 안주는가? 잘못된 방향타를 수정하려고 하지 않고, 가만히 현실에 순응하라고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미스 매치다. 우리 사회의 시각차와 차별, 방향의 어긋남!
#3. 꿈
경기 성남시가 최근 ‘청년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 19~24세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 원씩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시행 첫해인 2016년에는 24세인 1만 1300명이 배당을 받게 된다. 소요 예산은 113억 원이다.
기본소득 개념을 반영한 정책이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받지 않고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지원금’, ‘활동비’, ‘수당’ 등의 표현 대신에 ‘배당’이라고 한 것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뜻일 게다.
기본소득의 도입은 큰 사회적 진통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바른 방향이다. 무상급식도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했던 노령기초연금도 노인기본소득 내지는 노인배당으로 부를 수 있다. 지금은 소득 수준을 고려한 선별적 연금으로 후퇴했지만.
생애주기별로 볼 때 청년 세대의 복지가 가장 미흡하다. 더구나 청년은 고령사회의 노인연금 부담을 떠안은 어깨가 무거운 세대이다. 청년에게 피를 뽑게 할 게 아니라 꿈과 희망을 주어야하지 않겠는가. ‘청년 배당’이 꿈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