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우리 지역 곳곳에 넘쳐나는 현수막을 보면 선거철을 방불케 한다. 세종시에 이어 과학벨트 공약에 의해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대통령 때문에 각 정당마다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온갖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마치 양치기 소년 때문에 덕 본 게 늑대인 것처럼 오히려 대통령의 거짓말을 빌미로 각 정당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는 듯하다. 뭐랄까, 장마철 홍수에 똥 푸는 격이랄까? 어쨌든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이해할 만한 현상이다. 대통령의 거짓말과 변명정치인들의 거짓, 대통령의 거짓이 한 두 번도 아니고 오히려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대통령의 거짓이 아니라 상식이 용납하지 않는 변명이다. 바보가 하는 소린지, 아니면 바보에게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 표에 눈이 멀어서 그런 공약을 했다는 변명, 게다가 공약집에 없어서 괜찮다는 대목에서는 슬프기까지 했다. 문서화되지 않은 약속도 지켜져야 하는 약속이고, 계약서와 같은 성문화된 공약집 같은 것들은 약속이 안 지켜졌을 때 법정에서나 필요한 증거자료다. 국민들도 반성해야 할 것은 BBK사건의 진상규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니 이번 거짓말의 원초적 원인제공자는 국민이기도 하다. 아이들 눈에 비칠 이상한 '공정사회'게다가 현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사회’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출세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혹시 증거가 없다면 거짓말도 불사하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공정사회 운운할 수 있겠는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정운찬 전 총리도 출세를 위해서는 학자적 양심도, 정치적 비전도, 고향도 팔아먹는 모습을 보여줬듯이 수단과 방법을 초월한 출세 지향적 모습은 윗분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심각한 문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하냐는 것이다. 단순히 지역별 밥그릇싸움이나 어른들의 거짓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대통령 할아버지의 거짓은 무상급식이나 무상교육과 같은 효과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비교육적 효과를 초래한다.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식의 통치행태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좀먹는데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 헌법 제1조의 정신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 바로 선거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선거가 당선을 위한 거짓공약과 포퓰리즘에 근거한 무상복지로 도배되고 이런 수단에 의존한 이들이 당선이 된다면 이는 선거문화를 망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독재보다도 더 처절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그 해악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선거판 거짓에서 발단이 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다시 선거판에서 찾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법적 처벌보다 선거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따라서 거짓말하는 정치인과 정당은 이 땅에서 발도 못 붙이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100% 국민의 몫이다. 거짓 정치인 탓하기 전에 선거를 통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만이 우리 사회를 공정하게 만들고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국민 스스로 자각해야한다. 세종시 사태 또 다시 되풀이돼선 안돼타 지역 사람들이 충청도를 멍청도라고 한다.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그렇게 보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신 고향 챙기기에는 인색하지 않으신 분이 세종시에 이어 과학벨트까지 이 지경으로 몰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 오리농사를 지은 것처럼 임기가 끝나면 포항으로 내려가 과메기라도 말리시려나보다. 어차피 신뢰가 깨진 도막에 책임 없는 정치와 본인 고향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의 원인은 5년 단임의 대통령제의 한계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지금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이런 녀석들에게 대통령 할아버지를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가? 출세하는 양치기 소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난감하다.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할 것 같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을 뿐만 아니라 거짓말은 또 다른 이의 거짓말을 낳기도 한다. 적어도 대통령의 거짓말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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