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생활하는 요즘 진료 지연 질책하는 환자 늘어 병원, 욕구 부응위해 노력해야

진료 시작 전 예약 환자를 미리 살펴보면서 오늘은 천당과 지옥이 교차하는 날임을 알게 됐다. 나와 꽤 오래 동안 당뇨병을 치료중인 김 할머니와 최 여사님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전 8시 반에 예약된 김 할머니는 매번 진료 때마다 아픈 이야기를 많이 하면 뭐하시냐며 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아픈 곳은 최대한 간략하게 호소하고 처방을 받아 가시는, 나에게는 휴식 같은 환자분이다. 11시에 예약된 최 여사님은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예약시간 보다 늦게 진료한다고, 오래 기다렸다고, 인상을 쓰시면서 진료를 시작해 본인 아픈 증상과는 상관없는 가족들의 의료 상담을 먼저 시작한 후 질의 문답 시간을 꼼꼼히 진행해 오전 진료 여력의 반 이상을 소모하게 하신다. 특히 본인과 의사가 의견이 같지 않으면 나의 항복을 받을 때까지 집중적으로 파고드셔서 나를 진땀나게 하는 분이다. 또한 최 여사님은 매번 진료예약시간보다 늦게 오시지만 어쩌다 한번 본인이 일찍 오시면 예약된 시간에서 1분도 기다리시지 못하고 바로 외래 간호사에게 서비스 정신을 강의하시는 친절한(?) 분이시다. 최근 모든 사람이 바쁘게 생활을 하다보니 김 할머니 같은 환자나 보호자보다는 최 여사님 같은 바쁜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한 시간 대기 3분 진료를 하게 된다. 외래 환자의 편의를 위해 예약시간을 지정해주고 그 시간에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매일 진료시간을 지키지 못해 환자들의 원성과 민원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외래팀은 진료시간을 정확히 지키기 위해 예약 때부터 사정을 설명하고 신환(새로운 병)과 당일 접수 환자의 설명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그 노력은 가히 눈물겹기까지 하다. 진료실 안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진료지연에 대해 질책을 받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면서 내가 조금 더 빨리빨리 진료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은 조급해지고 혈압은 더욱 올라간다. 늦게 들어온 환자분께 응급 환자 진료, 회진 등 사정이야기를 해보지만 병원이라는 특수 상황이라 평상시에는 이해심이 넓으시던 분들도 여유가 없어지며 곧잘 신경이 날카로워지곤 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김 할머니와 같을 수는 없다. 사실 우리 직원 모두의 마음은 3분 짜리 알람시계로 진료 시간을 조절하고 싶을 것이다. 의료선진국인 외국과 일부 과처럼 진료시간에 따라 수가가 바뀌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해결 방법은 직접 진료를 하는 우리의 노력뿐이다. 곰곰이 생각해도 해결 방법은 최 여사님이 김 할머니처럼 변해 가시기를 기원하거나, 최 여사님을 김 할머니처럼 우리를 이해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길 두 가지뿐이다. 전자는 우리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방법이니 열심히 기다리며 같은 설명을 반복해 드리는 것이고 후자는 최 여사님을 미리 파악ㅙ 앞서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현명한 외래팀은 외래의 평화를 위해 최 여사님이 오시는 날엔 미리 연락해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최근 최 여사님처럼 의료서비스에 대한 높은 기대 심리를 가지고 있는 환자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의료환경 속에서 그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병원은 환자를 더 이해하려는 노력과 현명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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