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암(행정학 박사)

빈곤과 고독으로 벼랑 끝에 몰린 노인들이 많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 노인들의 빈곤 수준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70이 넘어서도 일을 하는 노인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매스컴은 노인들의 빈곤과 고독에 초점을 맞추고 오래 일하는 노인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이며 일이 빈곤과 고독을 치유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노인은 ‘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매스컴은 늙는다는 것과 늙은 사람을 걱정하고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늙는다는 것은 하늘의 축복이다.

이 세상에 죽지 않는 생물은 없듯이 인간 역시 언젠가는 죽는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주어진 수명만큼 살다가 반드시 죽었다. 약 3000년 전 그리스시대 남성의 평균 수명(조기출산율 포함)이 20년이 채 안됐다고 하니 그 이전 우리 조상들의 수명은 더 짧았을 것이다. 이후 인류의 문명이 진보하면서 인간의 수명은 그만큼 길어졌다. 그러나 18세기 말 조선의 남성 평균 수명은 40살을 조금 넘었다 한다. 그랬던 것이 2015년 현재 80살 이상이 되어 100세를 바라보고 있다. 불과 200여 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어쨌든 우리의 조상들은 자신의 수명만큼을 살면서 당대의 주인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도 이 시대의 주인이다. 우리가 죽고 나면 당연히 우리의 후 세대들이 이 땅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우리가 누리면서 갖고 있는 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산다.

늙는다는 것은 이 땅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노인이라고 한다면 유아에서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노인이 될 수 있다. 나이를 기준으로 한 노인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든 적든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며, 어떠한 일이든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은 노인이 아니다. 시쳇말로 사지육신이 멀쩡한데도 나이만 들었다고 정신까지 무기력해져 노인 행세를 하려고 하는 사람은 노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늙어간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지만 늙었다고 노인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늙는 만큼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보통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목표의식이 옅어지고 꿈을 상실한다. ‘책임’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고 두려움이 커지면서 자신감을 잃어간다. 현실과 쉽게 타협하고 변화를 싫어하며 현실에 만족한다. 이러한 생각과 태도로 나이를 먹으면 정말로 후배들에게 짐만 되는 쓸모없는 노인네가 되고 만다. 불행하게도 오늘을 사는 노인들의 다수가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의존형이 되고 만다는 현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멋진 모습으로 늙어가는 방법이 있다. 육신의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활기찬 정신세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만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명언이 어울린다. 굳센 정열과 끊임없는 도전의식으로 죽는 순간까지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런 행태를 보여주는 사람을 그 누가 젊은이들에게 짐만 되는 노인이라고 무시하겠는가. 이런 사람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며,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국가와 사회가 건강해진다.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외부의 동요에 흔들리지 않고 꿈과 희망의 끈을 이어가는 사람에게 늙어간다는 것은 오히려 프리미엄이다. 늙어갈수록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인생의 꿈과 목표에 대한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늙는다는 건 자연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을 노인이라고 부른다면 “나는 건강하게 정신적·물리적 생산활동을 할 수 있음으로 절대로 노인이 아니다”라고 힘줘 말하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