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일 잘하면 벌금 무는 멍청이, 규정 때문에 뒷짐 지면 똘똘이….” 아파트 단지 동 대표를 평가(?)하는 유행어다.

이 유행어가 사실일까?

9년 전인 2007년 1월에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현 시대에 안 맞는 모순된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을 놓고 하는 얘기다.

아파트 내에는 24시간 작동하는 다양한 기기들이 있다.

변압기, 펌프, 비상발전기, 승강기 등이 고장 나면, 다양한 배관이 터지면 아파트 주민은 물론 현장관리소장, 동 대표들, 입주민들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때에 아파트 관리소장과 동 대표는 우선 긴급 수선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문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규정 때문에 발생한다.

장기수선충당금은 1년 전에 기기별로 언제 얼마만한 예산을 들여 수선한다고 결정한 다음, 반드시 집행계획과 금액에 맞추어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 동 대표들과 관리소장은 점쟁이가 아니라서 어떤 기기가 언제 터질지, 고장 날지 모른다.

기계는 언제든지 고장 나고, 터지고, 멈춰서기 때문에 대부분 긴급수선을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은 동 대표 회의에서 1년 후의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기간과 어떤 기기를 언제(몇 월에 수선한다고 기재)쯤 고치면 되겠다는 사용년월일을 따져 계획서를 만들어 놓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기는 갑자기 고장이 날 뿐만 아니라 집행예산 연월에 맞출 수도 없고, 고장 난 상태의 크고 작고를 미리 확신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실질적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은 사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고장 난 기기가 긴급을 요하는 경우 곧바로 수선하게 되면 감독기관인 지방자치단체는 국토교통부의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기준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동 대표에게 1000만 원, 관리소장에게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시키고 있다.

반대로 일 안는 동 대표와 아파트 관리소장은 “장기수선충당금 기준에 있는 계획상 연도와 예산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일단 긴급을 요하거나 말거나 뒤로 미루고 본다.

왜냐하면 장기수선충당금은 사용시기나 금액이 맞지 않을 경우 반드시 아파트 소유주 50%의 동의를 받아서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파트 소유주 과반수 동의를 얻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일반적으로 아파트 소유주 과반수 동의 얻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큰 평수의 아파트는 소유주 동의를 받으려면 보통 1개월 정도 걸리고 있으며, 소유주 동의 얻기가 어려운 대부분의 평수가 작은 동 대표들은 수도관이 얼어 터져 아파트 주민이 불편하거나 말거나 승강기 고장으로 주민이 걸어서 올라가거나 말거나 “규정 때문에”라는 이유로 동의를 받을 때까지 수선을 미루고 있다.

이때 아파트는 긴급을 요하는 기기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수도 없고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된다.

결국 모순된 관리규정으로 아파트 주민은 자신의 아파트 관리를 제때에 못해 사유 재산에 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아파트 동 대표와 관리소장은 일 잘 하면 멍청이가 되고, 눈 감고 못 본채하면 똘똘이가 된다”는 웃지 못 할 유행어가 탄생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수 없이 “이 같은 모순을 시정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지금껏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 모순된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한 용역을 주었으니까 오는 6월쯤 결과가 나온다”고 답변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 아파트 주민들은 “도대체 국토교통부는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한 규정을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규제 편의를 위해서 만드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제는 “도둑을 막기 위한 것보다는 어떻게 아파트 주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의 재산권을 지킬 수 있도록 아파트 주민들에게 자율권을 보장해 주는 기준으로 고쳐야 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천안=김완주기자pilla21@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