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화면에 떠야 시선 쏠리는 '슬픈 존재감'

<글 싣는 순서>
① 사회가 손 놓은 법망 밖 청소년<3월 13일자 기사보기>
② 법망 밖 청소년…범죄 피해, 범죄 가해 뒤에야 실체 드러난다
③ 연계되지 않는 보호 대책, 법망 밖 청소년은 사각지대
④ 학교에 집중했던 교육·치안, 법망 밖 청소년 놓친다
⑤ 음지 벗어나 다시 사회로…법망 밖 청소년 발굴 보호 대책 마련 시급

#. 대전에 거주했던 15살 미진(가명)이는 1년 전 스스로 보호기관을 찾아왔다.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소녀는 아버지가 애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해 살인미수로 수배되며 갈 곳이 없어졌고 사회의 보호를 원했다. 그러나 사회는 차가웠다. 중학생 미진이가 무단결석을 반복하자 학교는 미진이를 유예처리 했다. 보호기관에서는 미진이의 손버릇이 나쁜 것이 문제가 됐다. 이후 다른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옮겨진 미진이는 그곳에서도 다른 친구와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다 결국 사회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갔다. ‘법망 밖 청소년’이 된 미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 올해 17살 재희(가명)가 ‘법망 밖 청소년’이 된 것은 2년 전인 중학교 3학년 때 일이다. 당시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랐던 재희는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거리를 전전하다 보호기관으로 왔다. 이후에도 재희는 수차례 가출을 반복했다. 재희의 가출은 계속됐지만 가출 신고는 이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다니던 중학교에서 유예처리가 된 재희는 이제 사회에서 방치된 법망 밖의 삶을 살고 있다. 

미진이와 재희처럼 사회에서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법망 밖 청소년’의 삶은 언제 범죄에 노출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삶이다. 대전에서 학교를 나와 노숙과 쉼터를 전전하다 급기야 남의 물건에 손을 댄 혜린(가명·15)이와 충남 천안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학업을 벗어나 도우미 생활을 하다 범죄의 희생양이 된 민아(가명·18)의 경우에서 보듯 우려는 현실화됐다.

혜린이와 민아의 공통점은 범죄 피해자나 범죄 가해자가 돼 경찰에 인지된 후에야 비로소 실체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법망 밖 청소년’은 두 소녀처럼 범죄에 연루되거나 범죄 피해자가 된 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으로 눈에 띄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회의 늦은 발견으로 인해 이들에겐 씻을 수 없는 범죄 전력이나 범죄 피해로 인한 고통이 낙인처럼 새겨진다. 충남 한 경찰관계자는 “가출 신고가 되지 않은 법망 밖의 청소년이 자질구레한 절도 등을 저질러 경찰서에 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 청소년은 범죄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들이 ‘법망 밖 청소년’이 되는 출발점은 가출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 두 갈래로 나뉘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과 사회의 방관’이라는 공통분모가 자리 잡고 있다. 대전의 한 쉼터 관계자는 “가출이 장기화 된 청소년들은 부모나 주변, 학교에서 포기한다. 초기 가출 때는 신고를 하지만 장기가출은 신고를 안 하는 경우가 잦다. 부모에게 (가출을) 알려도 부모기 데리러 오지 않는다.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지만 이런 청소년에 대해 유예처리를 해버린다”며 “가출청소년이나 학교 밖 청소년이라도 신고가 되면 도움 줄 수 있는 장치들이 존재하지만 이들(법망 밖 청소년은)은 신고가 되지 않았기에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성매매노출 등 범죄 위험이 있고 강력사고의 피해자가 돼도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의 ‘2015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 둘 당시 상담할 사람에 대한 조사에서 ‘아무와도 고민을 나누지 못했다’는 응답이 14.5%를 차지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이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사회적 연결망이나 지원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청소년이 10명 중 1명을 넘는다는 뜻이라는 것이 조사기관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범죄 피해, 범죄 가해 뒤에야 실체가 드러나는 법망 밖 청소년들이 이처럼 사회적 연결망과 지원·보호체계가 전무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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