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일 사장에게 듣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했다. 스스로 채근해 몸에 밴 ‘안전’은 건강한 항체처럼 단련됐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면서 두른 나이테가 벌써 10개다. 강산은 변했을지 모르지만 딱히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기꺼이 시민의 발이 돼 준 대전도시철도의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 대전도시철도가 초심 그대로 지난 16일 개통 10년, 무사고 10년을 달성했다. 대전 대중교통의 대동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도시철도공사 임직원들의 노고가 알알이 맺힌 결과다. 공사를 진두지휘하는 차준일 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무사고와 친절을 토대로 안전하고 편리한 힐링 라이프 공간을 추구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그것이 대전도시철도 존재의 이유인 시민들에 대한 보은(報恩)이라면서.

-대전도시철도가 3월 16일로 개통 10주년을 맞았다. 소회가 각별할 텐데.
“2006년 3월 16일 대전도시철도 첫 열차가 운행되고 어느덧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흘렸다. 개인적으로 2002년부터 대전시 교통정책과장과 교통국장을 5년 4개월 역임하면서 도시철도 1호선 건설, 공사 설립 등 도시철도 태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2008년부터는 3년간 공사 경영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따라서 대전도시철도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가슴이 뛰고 설레는 기분은 감상적인 것만이 아닌 무언가 함께하고 싶은 열정인 듯하다. 지금 공사 사장으로 개통 10주년을 맞이하니 누구보다 감회가 새롭고 15년 전 1호선 건설을 위해 바쁘게 현장을 다닐 때가 생각이 난다.”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성과 위주로 재조명한다면.
“대전도시철도는 10년 무사고 안전운행으로 대전시민의 사랑을 받는 생활 속 대중교통수단으로 정착했다. 2006년 3월 개통 이후 현재 누적 이용객은 3억 3700만 명을 넘어 섰는데 이는 153만 대전시민 1명당 약 220회 이상 이용한 셈이다. 개통 후 일평균 이용객 수는 개통 해인 2006년에 3만 5000명에서 지난해 11만 명으로 3배 증가하고, 운수수입은 2006년 연간 64억 원에서 지난해 302억 원으로 5배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로 국토해양부의 ‘경영 및 서비스 평가 1위 기관’(2010년 대통령상, 2012년 국무총리상), 환경부 온실가스 관리 평가인 ‘그린스타트 대회’우수상(3년 연속 장관상)을 받았다. 특히 2013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전국 도시철도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그 후 지난해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평가 받은 것은 안전한 열차운행, 재무구조가 양호한 경영, 높은 고객만족도 등 삼박자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전도시철도 개통 10년은 무사고 운행 10년과 궤적을 같이 한다. 10년 무사고 운행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지난달 말 현재 열차운행실적이 1600만 km를 넘어섰다. 이는 지구둘레(약 4만 km)를 400 바퀴나 도는 거리이자 달(약 38만 4000 km)을 21회 이상 왕복한 거리를 운행한 셈이다. 무사고 운행 비결은 열차운행 관련 이상현상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고, 작업안전수칙 정비 등 안전업무 표준화와 비상대응훈련 등을 반복적이고 집중력 있게 실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또 객관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철도안전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안전자문단’을 운영하고 한국철도공사와 교차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등 외부인의 시각을 반영, 철저한 안전관리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도의 안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이상 현상이 있는 부품은 사전에 교체한 후 정밀 점검을 통해 이상이 없는 경우에만 사용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 등이 무사고 안전운행의 밑거름이 됐다.”

-타 도시 도시철도와 견줬을 때 대전도시철도의 비교우위(경쟁력)는 무엇이라고 보시는가.
“대전도시철도의 경쟁력은 대전시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 본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이 열차의 안전성과 정시성을 신뢰하기 때문에 믿고 타는 것이며, 고객서비스에 대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만족도가 높게 나온다고 본다. 늦게 출발한 대전도시철도가 동종기관보다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유는 운영 규모 면에서 다른 운영기관보다는 작지만 기술사, 박사 등 역량 있는 직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창조적 역동성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협력적 노사관계로 무분규·무쟁의 10년을 달성하면서 정부정책 이행 및 합리적 경영개선과 안전관리를 위해 노사가 함께 능동적으로 대응해 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철도는 가장 대표적인 공공재임에도 일각에서 적자 문제를 제기하고 실제 국회에서 국가의 도시철도 적자 보전과 관련한 의원발의가 시도됐으나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공공재로서 도시철도 적자를 어떻게 보시는가.
“도시철도는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에 건설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공공재다. 전국 도시철도 7개 운영기관이 있지만 모두가 적자를 내고 있고 감가상각비와 무임수송손실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및 국회의원은 국가가 적자의 일부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어 의원입법이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인 도시철도 주요 고객인 서민과 학생들에게 부담을 적게 주기 위해 운임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어르신과 장애인 등의 무임수송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한다는 점이다. 다만 저는 공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공공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공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적자가 무한정 늘어나는 것은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조적인 문제로 적자가 발생하지만 최대한 수익성을 확보하고 지출비용도 절감,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유사한 맥락에서 도시철도공사를 운영하는 CEO 입장에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도시철도는 승용차와 버스 등 다른 운송수단과 경쟁 관계에 있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저유가로 인해 도시철도 대신 승용차 이용이 증가해 도시철도 이용객이 감소하고 수입도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사에서는 수송인원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도시철도는 많은 시설과 설비가 있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안전성 확보를 위한 부품 적기 교체가 필요하다. 공사도 개통 10년이 넘어서면서 설비교체 시점에 도달하고 있어 이를 위해 일시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사 수익만으로는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 무임수송손실분을 지원한다면 안전시설 투자재원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사고와 함께 도시철도엔 서비스나 약자 편의와 같은 덕목이 요구되곤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관내 22개 역사와 긴밀한 관계 및 협업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관리하고 계신가.
“고객서비스는 대부분 역사에서 이뤄지므로 22개역에서의 친절한 응대가 있어야 고객이 도시철도를 즐거운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간은 친절한 고객 응대를 위해 백화점 고객서비스전담 매니저가 역직원의 친절교육을 전담했으나 앞으로는 MAGIC 서비스 전문가가 현장을 찾아가서 교육하고 지도하는 현장 맞춤형 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다. MAGIC 서비스는 프로의식(mind)을 갖고, 고객을 살피며(attention), 생동감(greeting) 있고, 기억에 남도록(impression), 신뢰감(confidence)을 줘 고객을 내 부모처럼 마음속으로부터 모시는 서비스를 말한다. 과거의 도시철도 역사는 수송을 위한 장소의 개념이었다면 현재는 복합적으로 여행도 하고 볼거리도 풍성한 힐링 생활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대전도시철도가 트렌드에 맞게끔 힐링 라이프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변신을 꾀하는 한편 역 직원들의 의견과 고충을 수렴,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겠다.”

-대전도시철도 향후 10년의 미래를 예측해 보신다면.
“미래의 10년은 2026년으로 공사 개통 20주년이 된다. 현재는 1호선만 운영하고 있어 일평균 수송인원이 11만 명 수준이지만, 1호선과 X축을 이루는 충청권철도가 2022년 건설되고 1호선과 환승됨에 따라 2026년에는 일평균 20만 명 이상의 대전시민이 도시철도를 이용할 것이다. 2026년도에는 2호선 트램도 일부 구간이 개통되거나 건설 중일 것으로 예상해 본다. 지금부터 점진적으로 안전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면 10년 후에는 무사고 20주년을 기념할 수 있을 것이다. 충청권 광역철도와 2호선 트램 운영, 2호선 연계 통합본사 구축 등 교통공사로 발전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찾아서 10년 후에는 명실상부한 대전의 대중교통을 주도하는 그림을 그려본다.”

-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사와 당부의 말은.
“대전도시철도는 개통 후 10년 동안 대전시민의 성원과 협조로 무사고 안전운행을 지속해 왔다. 대전시민의 협력과 성원이 없었다면 이와 같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공사 임직원 모두는 안전한 가운데 정시성을 갖춘 도시철도를 운영해 온 것이 가장 큰 보람이며 앞으로도 시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시민 ‘행복키움’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시민들께서도 녹색교통·안전한 도시철도를 많이 이용해 주시고, 대전시민의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 더 발전하는 대전도시철도가 되도록 앞으로도 사랑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인회 기자 sindong@ggilbo.com

☞차준일 사장은
1950년 충남 예산 출생으로 한밭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창업경영대학원 석사를 취득했다. 충남도, 내무부, 체육청소년부, 국회사무처 등을 거쳐 1995년부터 대전시에서 교통과장, 공보관, 교통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대전도시철도공사 경영이사로 활동했으며 우송대 겸임교수 재임 중 지난해 9월 제6대 사장으로 임명된 교통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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