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불위 역사를 심다③

주안상이 문밖에 와 있다는 하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태산이 무너질 만큼 힘차게 칼질을 했다.

한차례 태풍이 지나가면 얼마지 않아 또 다른 태풍이 몰려왔다.

주안상을 받아 놓고 목이 타면 술로 그것을 적셨다. 그렇게 하기를 여러 차례. 영문을 모르는 애첩 조희는 연신 암고양이 울음을 토하며 사내의 가슴에 매달렸다. 태풍에 날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온몸이 녹아내리고 그것도 모자라 어느 순간에는 용로에 들어간 것처럼 아무것도 없이 허물어져 내렸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구름을 밟고 날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가파른 산꼭대기를 막 오른 것처럼 숨 가쁘기도 했다. 연락의 새가 울고 환영의 아름다움이 머리를 몽롱하게 만들었다.

“나죽어요. 서방님.”

조희는 스스로 죽는다는 소리를 연신 내뱉었다. 그것은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푸념 같은 것이었다.

“왜 이토록 갈구하세요?”

요염한 목소리로 되물었지만 여불위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오직 밤을 불사르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불길 같은 사랑을 나누며 새벽을 맞았다. 기진맥진한 여불위가 벌렁 자리에 누웠다.

조희 역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여불위의 팔을 베고 허물 거렸다. 얼마나 세차게 놀았던지 아랫도리가 얼얼하게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여불위의 코에서는 술익는 냄새와 단내가 폴폴 풍겼다.

“서방님 어찌된 영문이옵니까?”

조희가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힘없이 물었다.한차례 거친 숨을 몰아쉰 뒤 여불위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임자 내 말 잘 들으시오. 지금부터 하는 말은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되오. 알겠소?”

“그럼요. 소첩이 누구에게 말을 건넨단 말이옵니까?”

“정말이오. 이 말은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오. 오직 당신과 나만 알아야 할 일이외다. 알겠소?”

“그럼요. 소첩과 낭군님 외에 누가 알겠소이까?”

“밖에는 아무도 없겠지요?”

그러자 조희가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문밖의 동정을 살폈다. 아무도 보이지 않자 다시 돌아와 그의 품에 안겼다.

“그대는 얼마지 않아 진나라의 태자비가 될 것이오.”

“아니 무슨 말씀을. 소첩이 어떻게 진나라 태자비가 된단 말이옵니까. 당치도 않는 말씀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조희가 놀란 표정으로 여불위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내가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는 말이오.”

“.……”

“단 이것은 그대와 나만 아는 일이니 죽는 그날까지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아니 되오. 알겠소?”

“싫사옵니다. 소첩은 서방님을 모시고 죽는 그날까지 이렇게 살고 싶사옵니다.”

조희가 사내의 가슴에 무너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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