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불위 역사를 심다④

“그렇게는 아니 되오. 팔자가 내버려 두질 않는구려. 그대는 진나라의 태자비가 되고 장차 왕후가 될 몸이오. 내 그리되도록 만들겠다지 않았소. 그러니 내 말만 듣도록 하시오. 그리고 오늘 받은 씨앗은 소중히 간직토록 하시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일은 죽는 그 날까지 그대와 나만 아는 일이오. 누구도 알아서는 아니 되는 일이요. 알겠소?”

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훌쩍거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장차 진나라의 태자비가 되고 왕후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는 기대감이 실렸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를 의심하면서도 다른 한편 고대하는 눈치였다.

“내 그대를 너무나 사랑하오만 더 큰 일을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소이다. 또한 그대도 거상의 애첩으로 있는 이보다 한 나라의 왕후가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이오. 그러니 부디 마음을 다스리시오.”

여불위는 흐느끼는 조희를 다독거렸다.

그날 이후에도 여불위는 며칠을 집에 머물며 조희와 이별을 아쉬워하는 사랑을 밤낮으로 나누었다. 여불위의 코에서는 선혈이 쏟아졌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는 것이 그 일이었다.

그렇게 여러 날을 보낸 여불위는 조희에게 태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제야 화려하고 넉넉한 혼수를 장만하여 자초와 혼인시켰다.

그들의 혼인은 한동안 한단의 화제가 됐다.

거상 여불위의 애첩을 진나라의 왕손이 차지했다는 소문이 조나라 관료들 사이에서 나돌았다.

“그게 정말이오?”

“그럼요. 항간에 진나라 왕손 자초가 여불위의 애첩과 혼인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소이다.”

“허 거참. 자초가 대단하구려. 돈 많고 코가 높기로 소문난 여불위의 애첩을 빼앗다니. 그는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갖추고 있는 모양이외다.”

“여부가 있나요. 자초라는 자는 보통 인물이 아닌가 봅니다.”

조나라 조정 주변에서는 자초를 높이 평가하는 말들이 넘쳐났다. 반면 세간에서는 천하의 여불위가 애첩을 빼앗겼다는 말이 저잣거리에 나돌았다.

“그럴 리가 있나. 여불위가 애첩을 빼앗기다니. 말이나 될 법한 이야긴가?”

호사가들은 그들의 일을 안주 삼았다. 이렇다 저렇다 우기기도하고 자신이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싸우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축첩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아름다운 여인을 첩으로 맞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과 비례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여불위의 애첩을 자초가 차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초의 경제적 사회적 능력이 인정된 것이므로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도리어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따라서 그 소문도 시간이 지나자 짚불처럼 사그라졌다.

조희는 자초를 서방님으로 모시며 새살림을 차렸다. 넉넉한 집안의 안주인이 되어 살림을 돌보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밤에는 갖은 애교로 자초를 기쁘게 하고 낮에는 아랫사람들을 부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 때문에 한동안 한단의 주막에서 자초를 본 이가 없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이듬해인 기원전 259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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