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가 태어나다③

날이 밝기가 무섭게 조괄은 굳게 닫혔던 성문을 열었다. 곧이어 진격 고동소리가 들렸고 말을 탄 장수들이 손을 놓고 있던 성 밖 진나라 진영으로 내달렸다. 조나라 병사들도 사기가 충천한 모습으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아직 잠이 들깬 적병들의 목을 베며 앞으로 나아갔다.

조괄의 말대로 전승은 그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조나라 병사들이 진격해 나가자 진나라 병사들은 퇴각하기 일쑤였다. 여기 저기서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3년 동안 두려움에 떨었던 진나라 병사들의 실체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가라는 의심이들 지경이었다.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간 조괄은 금방이라도 백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신 조나라 조정에 승전고가 전해졌다. 수일 내로 백기를 잡아 수급을 거둘 것이란 예측이 중신들 사이에 오갔다. 자신들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공론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기 전에 그것이 헛된 꿈이란 것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진나라 장수 백기는 조괄의 병사들에 쫓겨 후방 깊숙이까지 후퇴했다. 달아나는 모양새가 꽁지 빠진 닭을 연상시켰다. 싸울 태세도 갖추지 않은 채 도망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백기는 산으로 들로 뿔뿔이 흩어졌던 병사들을 매복 부대에 편성토록 했다. 모든 것이 사전 책략이었다.

매복한 부대는 협공을 통해 조괄의 후방을 차단토록 했다. 이어 그들의 보급로를 단절시켰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공격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조나라 장군 조괄은 아비규환의 전장에서 칼을 휘두르다 전사하고 말았다.

백기는 여세를 몰아 다시 성을 포위했다. 이 때문에 조괄이 지켰던 성은 46일간 보급이 중단된 채 고립되었고 군사들은 굶주려 서로를 잡아먹는 처참한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조나라 병사 40만 명이 성문을 열고 백기에게 항복했다.

하지만 백기는 그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3년이 넘도록 자신에게 고초를 안겨준 앙갚음으로 40만의 병사 가운데 어린 소년병사 240명만을 살려 보내고 나머지는 모조리 생매장시켜 버렸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인류사를 통해서도 이처럼 끔직한 사건은 드물었다.

이런 악몽을 잊을 리 없는 효성왕은 급히 자초를 잡아오라고 명했다.

효성왕은 볼모로 잡아둔 자초를 잡아 그를 죽인다고 협박하여 위기를 모면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조나라 병사들이 떼 지어 자초의 집을 뒤졌을 때 그곳에 자초는 없었다. 이런 정보를 사전에 파악한 여불위가 육백 금을 주고 성문지기를 매수한 다음 자초를 빼돌렸던 것이다.

여불위는 추격에 나선 병사들을 따돌리고 야밤을 틈타 한단성을 빠져나온 뒤 자초를 데리고 한단성을 에워싸고 있던 진나라 병사들 사이로 숨어들고 있었다.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달려온 두 사람은 그제야 숨을 돌렸다.

“아들 정과 아내가 걱정이오.”

“걱정 마십시오. 부인은 별도로 피신시켜 놓았으니 안심하셔도 될 것입니다. 왕손의 신병만을 염려하십시오.”

자초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한단성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한단성 밖은 진나라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므로 진나라로 돌아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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