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가 태어나다④

한편 남편 자초와 여불위가 진나라로 떠나자 조희는 어린 영정을 데리고 급히 몸을 피했다. 그들 역시 조왕이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사람을 보냈으므로 산속으로 피신하는 몸이 되었다. 물론 여불위가 피신처를 사전에 만들어 놓았던 탓에 화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촌각을 다투는 긴장감 속에 도피행각을 벌였다.

그곳에서 조희는 아들 영정의 이름을 자신의 성을 따서 조정이라고 바꾸었다. 자초의 성을 사용할 경우 아들에게 화가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조희는 그렇게 몸을 숨기고 살다 세상이 잠잠해지자 자신의 친정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역시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수시로 쳐들어와 살육을 일삼던 진나라인지라 그들 모자는 문밖출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혹 일이 있어 문밖을 나오면 조나라 사람들은 진나라의 첩자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리고 어린 조정에게 손찌검을 하기 일쑤였다. 아이들조차 어린 조정을 원수의 아들이라고 놀렸다. 이런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던 조희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을 참았다.

하지만 진나라로 돌아간 자초나 여불위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바람처럼 그들이 벼슬을 하고 있다는 둥 고위직에 올랐다는 둥 하는 소리들은 들렸지만 정작 이렇다 할 소식은 전해오지 않았다.

조희는 번민과 상심 속에 세월을 보냈다. 자수를 놓고 허드렛일을 해봤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시간이 갈수록 친정에서의 눈치도 곱지 않았다. 시집간 아녀자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얹혀살고 있으니 고울 리 없었다. 조희에게 있어 그 시간은 지루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울음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서너 해가 지나면서 그녀는 진나라로 돌아간 자초가 이미 자신을 잊어버렸을 것이라며 탄식했다. 또 그에게 자신을 넘긴 여불위가 원망스러웠다. 아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를 고민했다.

특히 온몸이 스멀거리는 기나긴 밤을 혼자 지새운다는 것은 참기 힘든 괴로움이었다. 본시 사내를 좋아했으므로 자초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여불위의 품에서 또 그전에는 다른 사내의 품에서 살았다. 그녀가 명문가의 여식으로 여불위의 애첩이 된 것도 그런 연유와 무관치 않았다.

그런 그녀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며 혼자서 밤을 샌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행이었다.

그래서 때로 외도를 꿈꾸곤 했다.

그렇다고 집 밖에서 사내를 불러들인다는 것은 안 될 일이었다. 남의 눈에 띄어 화냥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조희는 궁리 끝에 집안에서 자신을 즐겁게 해줄 사내를 찾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그녀가 머물고 있던 곳이 친정이었으므로 모든 남자 하인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조희는 사내 하인들 가운데 말수가 적고 신체가 건장한 사내가 누가 있을까를 눈여겨보았다. 하지만 건장하고 말수가 적은 사내들은 모두 처를 거느리고 있었으므로 방으로 불러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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