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오셨소. 정말 잘 오셨소! 눈으로만 보지 말고 폐부로 느껴보시오.”초록의 장태산이 하는 말이다. 마음의 여유 없이 심신 고단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녹색의 숲’이 던지는 ‘안식의 메시지’다. 늘씬하게 쭉쭉 뻗은 우람한 나무들. 그 울창한 숲속에서는 청량한 향기가 묻어났다. 얼마 만인가. 잘 가꾸어진 조경과 아름다운 주변 경관도 20여년 만에 찾은 한 시민을 염치없게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가히 ‘대전8경’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대전8경’을 말할 때 흔히 ①식장산 자연 생태림 ②보문산 녹음 ③구봉산 단풍 ④장태산 휴양림 ⑤유성온천 ⑥엑스포 과학공원 ⑦계족산 저녁노을 ⑧대청 호수 등을 꼽는다. 이 같은 순서는 대전시청 관광자료를 근거로 하였지만 장태산만이 간직한 특유의 청량감을 오랜만에 폐부 깊숙이 들이키고 난 뒤의 감동이란 ‘8경’중 맨 앞에 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단순히 ‘울창한 휴양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관광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건강을 고려한’ 숲속어드벤처 시설만으로도 충분히 경탄할만한 유용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지상 27m까지 올라가는 숲속의 ‘스카이타워’. 나무와 나무 사이를 통과하도록 고안된 환상적인 ‘숲속어드벤처’ 시설은 지난해 9월에 완공됐다고 한다. 그동안 밑에서 올려보기만 했던 나무가 아닌가. 산새나 다람쥐의 활동영역이나 다름없는 높은 나무 사이를 사람이 직접 걸으며 연두색 새순 가지를 만져본다는 것은 황홀한 일이었다.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이 높은 ‘하늘 산책길(길이 160m의 원통형 스카이타워)’ 바닥에는 나무재질을 깔아놓았다. 휠체어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메타세쿼이아 자연휴양림의 특성을 살리고 숲과 자연환경의 체험범위를 확대시킨 이런 현대적 시설은 전국 휴양림 중 ‘유일한 시설물’이라고 한다.여기서 뜻밖에도 장애인들을 만났다. 휠체어를 밀고 이곳까지 애써 찾아온 어느 장애인 단체 일행과 파킨슨 증세로 두 다리를 잘 가누지 못하는 남편을 ‘걷기운동’삼아 이곳까지 부축해 온 어느 60대 부인을 나는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다보았다.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 복 받으실 분들이어! 오, 행복한 분들이어! 오, 고마우신 분들이어!” ▲‘복 받으실 분들’이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장애인 휠체어를 밀고 이 높은 스카이타워까지 올라온 도우미 봉사자들이다. ▲‘행복한 분들’이란 휠체어에 의지하여 이 높은 스카이타워까지 올라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숲을 바라보면서 경탄을 아끼지 않는 장애인들을 말한다. 그리고 ▲‘고마우신 분들’이란 이 높은 곳에 보통 사람의 머리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아이디어로 ‘원통형 스카이타워’를 설치한 시공 기술자들을 말한다. 그런데 나는 왜 감탄만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에 빠져드는 것일까? 두 다리 모두 쓰지 못하는 분들도 이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 놓은 이 좋은 숲속 산책길을 걸으면서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4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른 채, 수년간 병석에서 고통을 겪고 계신 어르신(시인, 교육자)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카이타워 정상에서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저 수많은 장애인들의 표정이 한 없이 부럽기만 했다. 최근 대전시에서는 관광객의 접근성과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존의 대전8경을 현대적 개념의 ‘새로운 대전8경’으로 재선정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장태산 휴양림’이야말로 시내에서 20여분 거리의 접근성도 용이할 뿐만 아니라 전국 휴양림 중 유일한 시설인 ‘하늘 산책길’ 등 독창성도 갖추고 있어, 시 당국의 이른 바 ‘현대적 개념’의 ‘8경 재선정 취지’와도 걸 맞는 명소(名所)라 할만하다. 휠체어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장애인들도 산을 가까이 느끼면서 감동할 수 있도록 이렇게 특별히 배려한 곳이 어디 그리 흔한가. 바라건대 앞으로도 계속 ‘대전8경’의 하나로 존치되어 시민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그리하여 자연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시(詩)쓰기를 즐겨 하셨던 ‘병석의 어르신’도 언젠가는 이곳에 꼭 모시고 와, 저들 휠체어 장애인들의 ‘행복한 표정’처럼 감동어린 아름다움을 마음껏 노래하고 싶다.윤승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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