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면서 두 종류의 사람을 만난다. 향기 나는 사람과 비린내 나는 사람이다. 향기 나는 사람을 만난 날은 기분이 좋아 입가에 웃음을 머금는다. 비린내 나는 사람을 만난 날은 왠지 짜증이 난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그르다’는 식의 이중 잣대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경제가 발전한 만큼 도덕성도 발전해야하지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출세지상주의가 만연되어 사회가 혼탁해졌다. 그래서 자식을 가르칠 때 사람 인(人)자 다섯 자 써놓고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고 훈계하기도 한다. 얼마 전 타계한 법정 스님은 “생전에 가진 것을 베풀어라. 죽으면 물건도 같이 죽는다”고 불필요한 것을 영원히 소유할 것처럼 움켜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눔과 무소유의 미덕을 설파한 바 있다. 오늘은 신록의 계절 5월의 마지막 날이다. 5월은 가족과 인간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에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때마다 감동을 받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대전 중구 용두동에 사는 목사 부부가 감동을 주었다. 이 부부는 6남매를 모두 입양하여 정성을 다해 길러 모범가정부부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 부부는 세상 모든 게 은혜 아님이 없음을 깨닫고 조금이라도 있는 것을 나눔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부부는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는 철학으로 아이들과 세상 사람을 사랑하며 살고 있었다. 이 부부를 보면서 가수 류계영이 부른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이라는 ‘여러분’의 가사가 떠올랐다. 주례를 골라서 서는 어느 분의 평상시 모습도 존경스럽다. 그분은 주례 부탁이 들어오면 반드시 저녁 식사에 초대해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다음 주례를 선다. 주례 후에도 아이 출생 때나 중요한 일에 연락을 하고 지내며, 인생선배로서 잘 살아가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 분이 주례를 선 부부들은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분은 요즘 증가하는 이혼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혼서류에 주례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항목을 국회에서 입법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피력했다. 아프리카 코서부족의 속담에 ‘우리가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던 한국도 나보다는 우리라는 말로 이웃을 아꼈던 인정이 많았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의 우리 사회는 사사건건 갈등의 연속이다. 무엇이 사람들을 사납게 만들었는가. 눈만 뜨면 자기의 사리사욕을 위해 상대를 짓밟아야 성공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모레는 백성의 살림살이를 좌지우지할 지방행정의 목민관들을 뽑아야 하는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정말 사람다운 사람을 골라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선조임금이 이율곡 선생에게 인재등용에 대해 묻자, 율곡은 “사람에게 충성하는 사람은 사람을 배신할 수 있지만, 일에 충성하는 사람은 배신하지 않으니, 일로 충성하는 사람을 뽑으십시오”라고 조언했다. 2002월드컵축구 4강을 달성했던 히딩크 감독은 학맥, 인맥과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인재를 기용했다. 해외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한국인들을 쉽게 골라낸다고 한다. 인상이 사납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어글리코리안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일제시대 나라를 뺏겨 힘들게 살고 있는 한민족에게 도산 안창호 선생은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얼굴’로 살아가자고 역설했다. 가정에서부터 인정머리 있는 사람, 정직하고 도덕성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 좋은 나라 좋은 세상 만드는 일임을 가정의 달 마지막 날에 새겨본다. 신 도성(중구소식 편집장. 전 대전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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