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초, 장양왕이 되다⑤

태자궁을 나온 여불위는 곧바로 몇 안 되는 심복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저간의 사정을 말했다. 그들에게 있어 태자의 왕위 계승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사느냐 죽느냐는 문제가 그 일에 달려 있었다.

여불위와 그의 심복들은 지혜를 짜낸 결과 효문왕을 독살시키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것만이 불길하게 일고 있는 조정의 여론을 잠재우고 아울러 자신들의 뜻을 세우는 길이었다.

여불위는 그날 회의에 참석한 궁중 내시를 시켜 왕의 음식에 극약을 넣게 만들어 효문왕을 독살시켰다. 이런 사실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효문왕이 죽자 조용하던 조정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이는 예고된 일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당사자들에게는 날벼락일 수밖에 없었다. 진나라 조정은 효문왕의 주검을 앞에 두고 다음 왕으로 누굴 옹립할 것이냐를 놓고 입씨름을 했다.

물론 태자 자초가 보위에 오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효문왕의 스무 번째가 넘는 서자로 화양부인에게 양자를 든 몸이라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일부 중신들의 논지였다. 다른 대군들도 불만을 토로하며 자신들과 가까이 지내던 중신들을 부추겼다. 대군들은 선왕 효문왕이 즉위 3일 만에 붕어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내비쳤다. 독살이 아니라면 이렇게 쉽게 붕어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이런 대군들의 말에 조정의 중신들이 동요되기 시작했다. 자칫 자초가 대를 잇지 못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불위는 즉시 화양부인을 찾아가 단호하게 대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일부 반대하는 중신들을 설득했다. 만약 태자인 자초가 대를 잇지 못한다면 이는 효문왕의 유지를 저버리는 행위니만큼 크나큰 변고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주지시켰다. 아울러 선왕의 장례를 앞에 두고 중신들이 왕후의 중지를 흐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란 점을 일깨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태자가 왕위에 오른 뒤 불어 닥칠 후한에 대해서도 생각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칼날 같은 얘기였다. 태자가 순리대로 왕위에 오르면 끝까지 반대했던 중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란 위협이었다. 여불위의 이런 노력으로 들끓던 조정이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였다. 자초의 왕위계승을 반대하던 중신들도 선왕의 장례가 끝난 뒤 다시 문제를 논의하자며 한발씩 물러섰다.

이 틈을 이용하여 왕후인 화양부인은 자초를 왕위에 옹립시켰고 여불위는 이를 밑에서 뒷받침했다. 이렇게 하여 자초가 효문왕의 대를 이어 장양왕에 즉위했다.

그를 도와 파란의 시간을 살아온 여불위는 즉시 승상이 되어 문신후에 봉해졌다. 하남과 낙양의 10만 호를 식읍으로 하사받았다.

여불위는 속으로 되뇌었다.

“기화를 드디어 얻었구나.”

그는 이제 모든 것이 자신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기망했다.

장양왕이 된 자초의 성품이나 사고 정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절대 자신이 왕권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 했다.

실제로 그는 장양왕 원년, 친히 군사를 이끌고 출병하여 주나라 왕실의 하나인 동주군을 멸망시켰다. 당시 동주군은 소양왕 때 이미 멸망한 나라였으나 여전히 자신들의 봉지에 남아 진나라를 귀찮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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