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초, 자양왕이 되다⑨

혹시라도 모를 일이었다. 문밖에 있는 나인들이 자신들의 행태를 엿듣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승상은 길게 숨을 몰아쉬며 왕후를 조심스럽게 밀쳤다. 이어 큰 눈으로 문을 가리켰다.

그제야 왕후가 승상의 눈치를 읽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나직하게 말했다.

“뉘라도 문밖에 있으면 중문 밖으로 물리거라. 내 승상과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느니라.”

그제야 문밖에 섰던 시종이 종종걸음으로 중문을 나서는 소리가 들렸다. 왕후궁 내전에는 승상과 왕후 단 둘뿐이었다. 청춘 남녀는 아니었지만 한때 애첩으로 살을 섞으며 살았던 지간이라 불길이 일었다. 승상은 다시 그녀를 와락 가슴에 끌어안았다. 점점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뭉클한 가슴이 느껴졌고 이어 그녀의 보드라운 속살이 만져졌다.

여불위는 왕후의 불타는 가슴으로 거친 손을 밀어 넣고 지그시 힘을 주며 앵두같이 젖어있던 그녀의 입술을 탐닉했다.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이 혀끝에 느껴졌고 감미로운 향기가 코끝을 스쳐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그녀를 보료 위에 아주 천천히 뉘었다. 왕후는 지그시 눈을 감고 사내의 손길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왕후와 승상이 아니었다. 갈증이 난 동물처럼 샘물을 찾아 발버둥치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갈구하며 그리움에 지친 표정으로 늘어진 귓불과 목덜미를 탐닉했다. 간지러움이 온몸에 몰려왔다. 사지를 뒤틀었다. 사내의 손길은 구석구석을 탐했다. 매끄러운 살결을 지나는 듯하면 이내 겨드랑이 살이 만져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조희였다. 아름다운 살결이며 향취는 예나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마음이 급해진 여불위는 바지춤을 풀기가 무섭게 그녀를 걸터타고 숨을 몰아쉬었다. 태산이 솟아올랐고 산천이 물바다가 되어 사해나 다름이 없었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다시 음지가 되었다.

말미잘이 물결에 흐느적거렸다. 왕후의 흐느낌이 간성으로 변했다. 방안이 군불을 지핀 듯 후끈거렸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보료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오랜만의 지정이라 그녀는 까무러치고 있었다. 입을 한껏 벌리고 허공을 향해 금붕어처럼 벙긋거렸다.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솟아나는 간성이 목을 넘어왔다. 순간 사내의 거친 손이 그녀의 입을 덮었다. 애끓는 소리가 문밖을 나가면 낭패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하지만 왕후의 생각은 달랐다. 문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고 그 간성이 궁내에 퍼져도 이 순간만큼은 만끽하고 싶었다. 고래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얼굴을 양 옆으로 돌리며 사내의 거친 손을 피하려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내의 거친 손이 그녀의 입을 더욱 거칠게 감싸 쥐었다.

왕후의 목에 굵은 핏줄이 불거졌다. 온몸에 긴장감이 휘돌며 경련이 이어졌다. 다리가 푸들거리고 사지가 뒤틀렸다. 눈알의 실핏줄이 터졌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사내를 끓어 안았다. 또 한차례 경련이 지나갔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연거푸 숨을 들이켰다. 그제야 사내가 등을 활처럼 휘며 거친 숨을 내몰았다. 이를 앙다물고 머리 끝까지 치솟는 기운을 참느라 고개를 흔들었다. 열정은 그러고도 한참 이어졌다.

한동안 태풍이 몰아쳤던 방안에 고요가 찾아온 것은 그러고도 한참을 지난 뒤였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