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초, 장양왕이 되다⑩

왕후 전을 물러나온 여불위는 자신의 집으로 최측근 심복 중랑을 불렀다. 그리고 단 둘이 마주 앉아 주안상을 사이에 두고 술잔을 나누었다. 누구도 근접지 말 것을 가솔들에게 명했다. 둘은 밤이 늦도록 술을 푸짐하게 마셨다. 여불위는 술을 마시는 동안 고래로 숱한 왕들이 비명횡사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떤 왕은 독극물에 암살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독침을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털어놓았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지만 그날 밤 이야기는 왕들의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또 그 당위성에 대해서도 간과하지 않았다.

물론 왕의 입장에서는 더없는 불충이었지만 그것이 왕실을 보전해온 골간임을 일러주었다. 숱한 암투와 음모 그리고 살인과 방조 그것이 오랜 역사 속에 녹아있음을 귀띔했다. 서로 취기가 감돌 무렵이었다.

“지금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태자 마마를 보위에 올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네.”

여불위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때 시끄럽던 분위기를 잠재웠지만 어디 그것이 잠재운다고 재워질 일인가.”

여불위는 심복 중랑의 눈동자를 살피며 말을 흘렸다.

“승상 전하 그럼 어찌하면 되겠사옵니까?”

심복이 눈에 힘을 주며 물었다.

“글쎄. 상황을 지켜봄세. 다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야. 하지만 그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 나를 조바심 나게 한다네.”

“그럼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시옵니까 승상 전하.”

“때야 지금이 아니겠나. 여론이 더 끓기 전에 보위를 계승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지.”

“그럼 구체적인 방법이라도….”

심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 그 방법을 알지 못하니 자네를 부르지 않았나? 만약 자네가 그 비법을 찾는다면 아마도 자네는 태자마마가 보위에 오르는 데 일등공신이 될 걸세.”

여불위는 중랑을 보며 말했다.

“승상 전하 잘 알겠나이다. 이놈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태자 마마를 보위에 오르시도록 하겠나이다.”

심복 중랑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술자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중랑은 승상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자리를 물렸다.

여불위는 자신이 옹립한 장양왕이 자리를 물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만이 자신이 천하를 거머쥐는 지름길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아들 영정을 왕으로 옹립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여불위는 심복인 중랑이 그 방법을 잘 알아 처신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여불위의 심복은 누구도 몰래 숨어들어 장양왕의 음식에 극약을 넣었다.

이로써 장양왕은 즉위한 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여불위는 중신들이 있는 자리에서 “기화를 잃었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조금도 서운해 하지 않았다. 극비였지만 자신의 자식이 이제 왕위에 오를 차례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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