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영정, 진왕이 되다④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술기운이 오르자 여불위는 무희들을 불렀다. 비단옷을 입은 무희들은 여불위와 좌장들을 오가며 그들의 흥취를 더했다.

짓궂은 문객들은 무희들과 함께 어울리며 바람에 날리는 비단 깃 사이로 무희들의 젖무덤을 만지기도 했다. 혹자는 만취하여 입술을 탐하기도 했다. 손버릇이 고약한 문객들은 지나는 모든 무희들은 잡아 만지고 들쑤셨다. 그럴 때마다 좌중이 웃음바다로 변하기 일쑤였다.

“상국폐하. 폐하께서 윤허하시면 내 저 무희를 안고 이 자리에서 업음질을 할까 하옵나이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술에 만취한 가객이 상국 여불위를 향해 연신 절을 올리며 청했다. 술이 취해 몸을 가누지 못했지만 그래도 엄한 상국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눈에 힘을 주며 몸을 가누었다. 좌중이 조용했다. 그가 너무나 엉뚱한 제안을 했으므로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자유분방했다. 특히 만취한 이들에게는 두려움이 없었다. 입 밖에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게걸거리며 하늘을 향해 고래고함을 지르는 이도 있었다. 물론 그들은 아랫사람들에 의해 밖으로 나갔지만 여불위는 그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도리어 크게 웃으며 그들과 함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벌어진 일이라 당황하는 이들이 많았다. 술에 취해 게걸거리던 이들도 정신을 가다듬고 여불위의 엄명이 어떻게 내려질까 보고 있었다. 필시 죽음을 면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했다. 왕의 위치에 있는 상국의 앞에서 감히 업음질을 입 밖에 내는 자체가 불경이었다. 술판에 찬바람이 불었다. 도가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국 여불위는 길게 술잔을 기울이고 너털웃음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대가 일을 제대로 치른다면 내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그대에게 도리어 상을 내리리라.”

여불위의 말이 떨어지지 찬바람이 불었던 좌중에 온기가 일며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상국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가객은 연신 절을 올리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너무 취한 나머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렸다. 얼굴 표정조차 온전하게 하질 못했다. 눈을 아래로 떴다 위로 치켜뜨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이어 허리춤을 잡고 무희를 잡으려고 쫓아 다녔다. 그 자체가 웃음 거리였다. 모두가 박장대소하며 깔깔거렸다. 사내는 스쳐 지나는 무희를 잡으려는 듯 몸을 돌렸지만 이내 무희는 매끄러운 몸으로 그를 피했다. 웃음은 연이어 이어졌다.

광대가 따로 없었다. 사내는 술상에 엎어지고 바닥에 나뒹굴며 무희를 잡으려 했다. 무희는 잡히지 않았다. 비단 옷을 날리며 그의 코앞을 지나쳤다. 목마른 사내는 술을 들이키고 다시 무희를 쫓았다. 그들은 가객들 사이로 좌중으로 오가며 웃음을 선사했다.

여불위는 이런 모습을 보며 도리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선비들로 하여금 자신의 권세가 하늘에 닿아 있음을 보이도록 방조하고 있었다. 온 천하가 자신의 문하에 있음을 깨달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다. 겉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곧 진나라라고 생각했다. 나이 어린 진왕이 있지만 그는 자신의 자식이다. 그러므로 자식이 왕으로 있는 진나라는 곧 자신이 왕이나 다름이 없었다. 실제로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하고 있던터러 그런 생각이 틀리다고 생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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