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영정, 진왕이 되다⑧

“네 이름이 뭔고?”

“소녀 초란이라 하옵나이다.”

“초란이라. 이름 한번 청초하구나.”

진왕은 계집을 촘촘히 살피며 말했다.

“이리 가까이 와서 술을 한잔 올려 보거라. 내 너의 그 백옥 같은 손으로 올리는 술을 한잔 들고 싶구나.”

진왕은 초란이 올리는 잔을 연거푸 들이키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도 하고 눈을 지긋이 감아 무거운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초란은 그럴 때마다 진왕에게 잔을 올렸다. 내실에서는 술따르는 소리와 약간의 숨소리 그리고 진왕의 긴 한숨 소리만 들렸다.

“대왕마마. 외람된 말씀이오나 여쭈어도 되겠나이까?”

“뭐어라? 말씀을 여쭙겠다. 그래 네 궁금한 것이 무엇이냐?”

진왕은 빈잔을 들고 싱급게 웃으며 초란을 내려다보았다.

“대왕마마께옵서는 어찌 그리 깊은 한숨을 내쉬오니까?”

“한숨을 쉰다.”

진왕은 계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눈동자가 황촛불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계집은 괜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에 생침을 삼켰다.

“너는 상국을 어찌 보는고?”

느닷없는 질문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계집은 고개를 조아리며 머뭇거렸다.

“무슨 말씀이오신지요?”

“상국의 정치력을 어찌 생각하느냐 물었느니라.”

진왕이 큰 눈을 아래위로 굴리며 되물었다. 밤공기가 심상치 않았다.

“저같이 미천한 것이 어찌 상국폐하의 정치력을 논할 수 있겠사옵니까? 당치도 않사옵나이다.”

계집은 몸을 더욱 낮추며 눈을 피했다. 대답이 제대로 됐을까를 고민했다. 혀를 잘못 놀린다면 단참에 목이 날아갈 판이란 것을 잘 알기에 몸을 사렸다.

“흠 그야 그럴 테지. 하지만 과인 앞이니 말해 보거라.”

“…….”

“말을 해보래도. 너희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가 있질 않겠느냐?”

진왕이 눈초리를 아래로 깔며 말했다.

하지만 초란은 얼굴을 붉히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해야 진왕이 좋아할지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상국 여불위에 대해 비방한 사실이 뒤늦게라도 그에게 전해진다면 죽음밖에 달리 받을 것이 없었다. 말을 아끼고 또 아꼈다.

“말을 하지 않는다면 너를 가까이할 이유가 없노라. 너에게 상국에 대한 것을 묻는다는 것은 너의 맑고 청아한 소리를 듣고 싶음이니라. 그렇지 않다면 과인이 왜 너를 가까이한단 말이냐?”

진왕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싸늘한 냉기가 계집의 이마를 스쳐갔다. 예삿일이 아니었다.

“대왕마마. 황공하옵나이다. 소녀의 말씀은….”

“듣기 싫도다. 과인이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그도 불충이니라.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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