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애사건③

태후 궁에 한 무리의 행렬이 도착하자 그곳을 지키고 있던 병사가 그것이 진왕의 행렬이라고는 상상치도 못한 채 길을 가로막았다.

“누구 간데 감히 태후 궁에…….”

하지만 노기에 찬 진왕은 병사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서기가 무섭게 병사의 목을 단칼에 날려버렸다.

그러자 수급이 날아가 문간에 뒹굴었다. 붉은 피가 솟구쳤다. 곧이어 다른 병사가 그가 진왕이란 사실을 알아채고 즉시 땅바닥에 엎드려 사죄를 청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내려진 것은 큰 칼날뿐이었다.

피비린내가 태후 궁으로 번져갔다. 진왕의 칼에서는 연신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궁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진왕은 궁내를 지키고 있던 호위 병사들에게 인기척도 내지 말 것을 명했다. 만약 입을 연다면 즉시 목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재차 명했다. 그런 다음 내실로 향했다.

병사들은 문밖을 지키다 목이 달아난 동료의 모습을 본 뒤라 부들부들 떨며 무릎을 꿇고 엎드려 숨을 죽였다.

진왕은 큰 걸음으로 신음이 새어 나오는 어머니 태후의 침실로 향했다.

어렴풋한 달빛 아래 창밖으로 불빛이 어른거렸다. 급작스러운 왕의 방문으로 혼비백산한 상궁들이 맨발로 뛰어나와 호들갑을 떨며 도열했다. 그들도 모두 죽은 목숨이었다. 숨을 내쉬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대왕마마. 죽을 죄를 지었나이다.”

상궁이 입을 열자 진왕이 그의 목에 시퍼런 칼을 들이댔다.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칼날이 달빛에 빛났다.

“네 이년, 입을 다물지 못할까. 조용하렸다.”

진왕이 굵은 목소리를 낮추며 위엄 있게 말했다. 진왕 영정은 꽃 창살문을 통해 훤히 들여다보이는 침실의 풍경을 보고 더욱 노하여 단참에 문을 부술 기세로 그곳을 향했다.

한편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태후는 젊은 사내의 품에 안겨 한창 열을 올리며 뒹굴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사내를 걸터타고 앉아 괴성을 질렀다.

태후의 괴성은 단아했고 때로 거칠었으며 과감했다. 몸이 느끼는 대로 목청을 높이며 희열을 마음껏 표시하고 있었다. 소름이 돋을 만큼 간드러진 소리가 들린 듯하면 이내 암내 난 호랑이의 포효로 바뀌었다. 그것은 다시 옹달샘에서 흘러내리는 한줄기 물처럼 감미롭게 퍼져갔다. 그녀를 보필하며 홀로 밤새우는 상궁들에게 지정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비단 실이 끊어질 듯하다 다시 이어지고 또 이어질 듯하다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턱에 걸린 숨을 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얼굴을 태후의 가슴에 묻고 비비다 갈기를 터는 말처럼 고개를 내둘렀다.

수시로 아래 위가 바뀌었고 좌우가 뒤집어졌다. 사내의 머리가 태후의 배아래 있는 듯하면 어느새 황홀경에 빠진 얼굴을 뒤덮었다.

이들은 요란한 놀음에 빠져 진왕이 문 앞에 와있는 것조차 모르고 날개를 퍼덕였다. 두 마리의 뱀이 서로 뒤엉켜 극락을 오가듯 그들은 그렇게 희열에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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