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애사건④

진왕은 장성처럼 우두커니 서서 노기를 곱씹었다.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뒤늦게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왕을 발견한 태후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겁지겁 침실보로 몸을 가렸다. 얼굴을 묻었다. 한 마리 까투리였다. 알몸의 엉덩이를 쳐들고 얼굴만을 겨우 숨기고 있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고.”

진왕은 벽력같은 고함을 지르며 선혈로 물든 장검을 높이 쳐들어 침상 난간을 내리쳤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죽일 수는 없었다.

“저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렸다.”

진왕의 노기에 찬 목소리가 태후궁을 뒤흔들었다.

그러자 위위는 즉시 침실에서 발가벗은 사내를 끌어내 계단 밑으로 내던졌다.

내팽개쳐진 사내는 알몸으로 태후 궁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으며 온몸에 소름이 돋아있었다. 사시나무 떨듯 오들오들 떨었다.

진왕은 입을 굳게 다물고 침실 계단을 무겁게 내려와 피 묻은 칼날로 사내의 턱을 천천히 받쳐 올렸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는 섬광이 뚝뚝 떨어졌다.

“네놈이 누구기에 감히 이곳을 드나들었더냐?”

“…….”

말이 없었다.

“당장 목을 치기 전에 바른대로 고하렷다.”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굴을 땅바닥에 파묻고 있을 뿐이었다.

“위위, 이놈이 무엇 하는 놈인지 머리를 쳐들어보아라.”

그러자 위위는 거친 손으로 사내의 목을 잡아끌어 올렸다. 그는 환관 노애였다. 그는 태후와 정을 통하고 있다는 것을 빌미로 궁내에서 유세가 대단했다. 눈에 뵈는 것이 없을 만큼 건방지고 오만했다. 위위는 늘 손톱 밑의 가시처럼 보아왔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장신후 노애인 줄 아옵나이다.”

“뭐라? 장신후 노애?”

더욱 격분한 왕은 위위에게 친국을 명했다.

“과인이 이놈을 친히 국문하겠노라. 친국이 끝날 때까지 궁문을 굳게 닫아걸고 그 누구도 궁에 들이지 말라. 알겠느냐?”

그리고는 위위에게 그를 끌고 국문장으로 향할 것을 명했다.

호위 병사들은 발가벗은 노애를 개 끌듯 끌며 궁내에서 한갓진 곳에 마련된 국문 장으로 향했다.

노애에 대한 진왕의 친국은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계속됐다.

첫날은 진왕이 두 눈을 똑바로 뜬 채 앉은 앞에서 곤장 치기를 계속했다. 구차하게 묻지도 않았다. 곤장질만 계속했다. 기절하면 찬물을 끼얹고 다시 정신을 차리면 곤장을 내리쳤다. 엉덩이 살이 물러 터져 피가 묻어났지만 곤장은 계속됐다.

“대왕마마, 살려주시옵소서.”

노애는 고통을 호소하며 살려줄 것을 애원했지만 곤장이 멈추지는 않았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