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애를 맞다③

여불위가 노애를 태후에게 소개했다는 사실도 실토했다.

특히 노애가 진왕과 태후의 옥새를 거짓으로 만들어 수도의 군사는 물론 근위병, 융적족 수령 그리고 자신의 가신들로 하여금 진왕이 기년궁에 머물고 있을 때 그곳을 공격하도록 했다는 사실조차 털어놓았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한 역모였다.

더욱이 이런 소문이 궁내에 자자하게 퍼져있었음에도 그제야 알게 된 진왕은 신하들에 대한 배신감에 몸서리쳤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진왕은 격노한 목소리로 겨우 숨을 내쉬고 있던 노애에게 물었다.

“반란을 일으켜 과인이 머물고 있던 기년궁을 공격도록 한 것은 중부 여불위의 사주렷다.”

“…….”

말이 없었다.

“과인이 다시 묻겠다. 반란을 일으키도록 사주한 자가 상국이렸다.”

노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혼미한 정신을 놓고 축 늘어져 죽음을 맞았다.

“더 이상 말이 없다는 것은 그렇다는 것이렷다. 위위는 이 사실을 낱낱이 기록하여 문무백관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고하도록 하렷다. 알겠느냐.”

진왕은 노애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자 즉시 시퍼런 칼날을 쳐들어 목을 베고 그의 삼족을 멸하라고 명했다.

동시에 이 사실을 알고도 고하지 않은 태후궁 장졸들의 목을 모조리 베도록 명했다.

진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호위병들은 즉시 출동하여 늦은 밤에 말을 달렸다. 함양성 곳곳이 말달리는 소리와 비명으로 소란했다.

그들은 사냥개처럼 노애 사건과 관련된 이들을 찾아 나섰고 날이 새기 전에 노애의 자식들과 그 일족들을 모조리 참수시켰다.

어떤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나와 목을 내밀었고 또 어떤 이들은 발버둥 치며 반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린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무참히 목이 달아났다. 집집마다 울어줄 사람조차 없이 마당에는 잘린 머리와 흥건히 고인 선혈만 낭자했다.

함양궁도 다를 것이 없었다. 평소 노애를 두둔했던 내관들은 물론 그의 수하에서 일하던 이들이 모조리 참수당했다.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연신 비명소리가 잇따랐다. 피비린내가 천지를 진동했다. 태후는 궁에서 혼자 오들오들 떨며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중부라도 찾아와 진왕의 역정을 말려주길 기대했지만 누구도 궁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것은 진왕의 명령이었다.

피바람이 함양궁에 불고 있었다.

다음날 진왕은 이른 새벽부터 조정 중신들을 긴급 소집했다. 그리고 호위병들을 조정 주변에 포진시켰다. 그들은 겹겹이 조당을 에워싸고 칼날을 번득였다. 진왕은 그들에게 어떠한 경우라도 왕명만을 따르도록 단단히 일렀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