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진 청춘들 챙기느라 진땀·식은땀 줄줄

신고전화를 받은 판암파출소 직원들이 사건처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27일 밤 판암파출소 1팀(조한공 팀장, 김인찬·김낙현 경위, 김재훈 경사, 강희원·김민채·우서라 순경) 경찰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이날은 인근 A대학교의 축제 마지막 날로 연 중 가장 신고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하루였다. 경찰은 자원근무(곽용현 경위, 정종필 경사)를 받아 지난 4월부터 대학교 재학생들로 구성된 캠퍼스폴리스와 함께 순찰활동을 실시하며 축제기간 사고 예방에 나섰다.

축제 기간 이 같은 활동은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축제 마지막 날 자정을 넘기자 취기를 누르지 못한 청춘들의 아찔한 사건·사고가 속출했다. 파출소에는 신고전화가 폭주했다. 이날 ‘노상에 학 여학생이 쓰러져있다’는 신고전화에 경찰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를 강력사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조한공 팀장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김인찬 경위와 김민채 순경은 시간을 다퉈 현장에 도착한 후 인사불성이 된 20대 여성 B 씨를 발견하고 파출소로 데려왔다.

대학축제현장 인근에서 과음을 한 B 씨는 자신의 이름과 집주소를 기억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 팔과 무릎은 낙상으로 인한 상처가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언제 다쳤는지도 몰랐다. 그 모습을 지켜본 우서라 순경이 면봉과 연고를 들고 와 B 씨의 상처부위를 치료했다. 우 순경은 “여성 주취자가 어디 쓰러져 있다고 하거나 파출소로 오게 되면 덜컥 걱정부터 든다. B 씨의 팔이나 무릎이나 다 상처투성이여서 보자마자 약을 발라주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이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자 B 씨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 B 씨는 “언니 죄송해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경찰은 여성의 신원을 확인한 뒤 주거지까지 안전하게 인계해 귀가시켰다.

비슷한 시각 ‘노래방에서 술 취한 친구가 사라졌다’는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딸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파출소로 달려온 C 씨의 부모는 딸 걱정에 발을 동동 굴렀다. C 씨를 찾기 위해 순찰차량은 손전등을 비추며 일대를 구석구석 살폈다. 순찰차량이 들어가지 못한 지역은 직접 발로 뛰었다. 김낙현 경위는 “학생이 술에 취해 쓰러져있을까 걱정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은 신고가 들어올 수도 있으니 사람들이 안 다니는 곳으로 확인해보려고 한다”며 인근 전통시장과 학교 주변을 구석구석 살폈다.

수색이 이어지던 긴박한 시간 속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판암파출소와 관할 경찰서, 방범순찰대원이 수색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C 씨의 ‘안전’이 확인된 것이다. C 씨의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경찰관들에게 “고맙습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경찰들은 그제야 잠시 숨을 돌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날 무려 4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된 판암파출소 1팀의 야간근무는 신고출동과 사건해결, 복귀의 반복이었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신고를 감당해야 했던 경찰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럼에도 경찰은 신고처리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 28일 새벽 5시 30분경 동이 트자 김재훈 경사는 축제 현장으로 순찰차량을 몰고 예방 순찰에 나섰다. 축제가 끝난 현장은 소주병과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난장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경찰들의 표정에 착잡함이 읽혔다. 강희원 순경은 “잔디밭에 앉아 즐겁게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좋아보였지만 뒷모습은 씁쓸했다”고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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