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교수

조울증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연구결과물이 나왔다. 우울증과 조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분장애의 일종인 조울증은 감정조절에 이상에 생겨 지적활동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신경정신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선 최근 5년간 매년 10%씩 환자(2014년 기준 7만 5600여 명)가 늘고 있다. 최근 혈액 내 중금속의 양과 조울증 발병 위험도의 관련성이 밝혀지면서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되는 현대인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질환으로 분류된다.

29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서울대 장성호 교수 연구팀은 조울증·강박장애·자폐증과 같은 신경정신질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인 nArgBP2의 이상 발현이 흥분·억제신경전달의 불균형을 유발해 조울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시냅스 액틴세포골격 조절 단백질 중 하나인 nArgBP2의 결핍이 조울증 행동증세와 유사한 증세를 유발한다는 건 알려졌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nArgBP2 발현이 선택적으로 흥분성 시냅스 형성에 이상을 끼쳐 조울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nArgBP2는 신경세포에서 흥분성 시냅스가 형성되는 시냅스 후 구조인 수상돌기 가시(dendritic spine)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데 nArgBP2 발현이 억제된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인 형태의 수상돌기가시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흥분성시냅스의 기능에 이상이 발생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조울증 유발의 신경생리학적 원인을 규명해 조울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 타깃점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또 조울증의 새로운 뇌질환동물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되면서 뇌발달지도 구축 등을 통해 대뇌구조적 변이를 이용한 조기진단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기분장애질환 및 신경정신질환 유발기전과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5월 25일자에 게재됐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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