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애를 맞다⑧

“또 다른 한잔은 이 제국의 완성을 위해 마셔라.”

진왕은 연거푸 세잔의 술잔을 따라주었다.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왕이 스스로 삼배를 내리는 경우는 이제껏 없었다.

위위는 진왕의 세심한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진왕 만만세를 연호했다. 아울러 충성을 다짐하고 침전을 물러났다. 진왕은 또다시 초란과 마주앉게 되었다.

진왕이 취기를 풍기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 밤 따라 너의 미색이 유난히 빛나는구나.”

초란은 볼을 붉히며 진왕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이 밤은 너에게 미치고 싶구나. 네가 과인을 미치도록 만들어 보아라. 무슨 행동이라도 용납하겠노라.”

진왕이 병아리처럼 품속으로 파고드는 초란을 안으며 말했다.

“대왕마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나이까? 미천한 계집의 몸으로 어떻게 … 그것은 아니 될 말씀이옵나이다. 거두어 주시옵소서.”

초란이 얼굴을 진왕의 가슴에 묻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사실 진왕은 미치도록 괴로웠다. 와신상담.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막상 다가오자 그것은 앙금처럼 괴로움으로 쌓였다.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하며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던 몇몇 내관들조차 여불위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궁 밖으로 내몰렸으며 신하들 가운데 비록 여불위의 측근이었지만 그래도 빼어난 지략을 가지고 있던 자들이 많았는데 그들 역시 주검을 당하거나 내몰렸다.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예외 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이념이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법이 바로 서려면 부득이한 처사였다.

“암 안 되고말고. 그런 자들과 함께 막중대사를 논할 수는 없지.”

혼자 말을 계속했다.

진왕은 내심 믿음이 가지 않는 자들을 자신의 옆에 둘 수 없다고 자위하고 또 자위했다.

“오늘은 대취하고 싶구나. 술을 따르라. 가득가득.”

진왕은 초란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

갑작스레 두 눈에 핏발이 서리며 눈가에 살기가 감돌았다.

등골이 오싹해진 초란이 기겁을 하며 술잔을 따랐고 이어 진왕은 그것을 쉼 없이 받아 마셨다.

“대왕마마. 이러시다 옥체를 상하실까 염려되옵나이다.”

초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분위기가 하수상하여 애교를 떨 수도 없었다. 그냥 숨을 죽이고 진왕의 마음이 가는대로 따를 뿐이었다.

진왕은 돌연 얼굴을 붉히며 초란의 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 고여 있는 자신의 눈부처를 보려는 듯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두려움에 촉촉하게 젖은 눈빛이었다. 초란은 똑바로 눈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볼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불충이었다. 고개를 숙이며 진왕의 눈빛을 피했다. 그러자 그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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