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로 본 인권의식
미국 워싱턴D.C는 차별이 없는 도시를 지향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랄 것 없이 차별 없이 대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가치이다.
차별 없이 대해주어야 할 대상에는 범죄자나 재소자, 불법체류자 등도 포함된다.
덧붙여 성적 소주자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적 지향성을 갖고 있는 성 소수자들은 특정지역에서는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똑같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고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를 비롯한 일부 인권도시에서는 성 소수자들을 위한 배려가 당연시되고 있다.
화장실 문화만 엿보면 이들 인권도시들이 얼마나 소수자들을 배려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워싱턴 D.C 내의 모든 공공건물은 ‘성 중립성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성 중립성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함에 따라 트렌스젠더와 더불어 남녀의 어느 젠더 규범에 속하지 않거나 성 정체성이 바뀌는 젠더비순응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더불어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나 노인, 또는 성이 다른 어린이를 동반한 어른 등도 ‘성 중립성 화장실’ 이용의 수혜자들이다.
성 소수자 또는 이성 활동보조원 동반자 등은 남성 또는 여성으로 표시된 화장실로 이용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들 특정인 외에도 한쪽 성의 화장실 줄이 길게 늘어선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했던 모든 시민도 ‘성 중립성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 모든 시민이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 설치됐을 때는 어색하기 짝이 없던 성 소수자 화장실이 이제는 일상이 되면서 누구에게나 편안한 공간이 됐다.
이처럼 법을 근거로 ‘성 소수자 화장실’이 만들어지기까지 성 소수자들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입법 로비활동과 압력을 행사했다.
실제로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을 예시하면 남성화장실은 비교적 원활한 이용 패턴을 보이지만 여성화장실은 길게 줄이 늘어선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여성화장실 공간이 절대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권의식이 확산되면 이런 곳에 ‘성 중립성 화장실’을 설치해 남녀는 물론 성 소주자까지 모두에게 편의를 주고 차별도 없앨 수 있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이 가능해진다.
김도운 기자 8205@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