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애를 맞다(20)

진왕은 다시 손을 내려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더듬기 시작했다. 긴 더듬이로 먹이를 찾아 나서는 귀뚜라미처럼 곳곳을 탐색했다.

때로 딱딱한 돌기가 만져지는가 싶으면 이내 드넓은 구릉을 지나 눅눅한 풀숲이 만져졌다. 살아있는 조갯살을 만지는 야릇한 감각이 자신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감미로움에 흠뻑 취한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물풀처럼 흐느적거리며 진왕의 거친 팔에 온몸을 내맡겼다.

두 사람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오감에 자신들을 내맡기고 허물어지고 있었다.

진왕은 그동안 견고하게 굳어있던 자신의 관념이 하나하나 껍질을 벗으며 허물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연화도 그러했다.

그녀는 맥을 놓고 몸이 느끼는 대로 교성을 내질렀다. 때로 옹알이를 하기도 하고 찢어질 듯 괴성을 지르기도 했으며 숨이 넘어갈 만큼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도 했다.

진왕은 그런 그녀의 교성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귓불에 갈라진 호흡을 토하며 거친 힘을 몰아세웠다. 순간 불덩이가 타오르는 그녀의 몸속으로 밀려들어 녹아내렸다. 두 몸이 한 몸이 되고 다시 한 몸이 두 몸이 되기를 반복했다. 계곡을 세차게 흘러내리던 물줄기가 돌부리에 걸리며 휘돌아 나갔다.

진왕과 연화의 놀이는 남녀상열지사 그 자체였다. 버들강아지 물오른 봄날, 논둑 아래서 뒤엉킨 꽃뱀들과 흡사했다. 어디가 머리인지 어디가 꼬리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침실 바닥이 젖은 거적처럼 축축하게 달라붙었다. 눅눅한 열기가 두 사람을 휘감았다. 온몸이 땀으로 번들거렸다.

이들의 몸부림은 한차례 진왕의 괴성이 천둥처럼 침실을 뒤흔들고 난 뒤에야 멎었다.

문밖에서 숨을 죽이며 진왕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던 내관 조고는 동동 발을 굴렀다.

“저 계집이 대왕마마를 녹이는구먼, 녹여.”

태풍이 지나고 난 뒤 진왕과 연화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을 때 전령이 내관 조고를 찾아왔다. 그들은 한동안 침전 앞에서 속삭였고 곧이어 전령이 조고의 귀에 무슨 말인가를 남기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조고는 두어 번 숨을 길게 몰아쉬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방금 들어온 소식을 아뢰었다.

“대왕마마. 전갈이 왔사온데 아뢰어도 되겠나이까?”

조고의 말에 정신이 든 진왕은 비단 자리옷을 챙겨 입고 말했다.

“급한 일이더냐?”

“조금은 그러하옵나이다.”

진왕은 연화를 서둘러 물리고 수염을 가다듬었다.

“그럼 들라.”

조고는 침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침상에는 진왕과 연화의 체온이 고스란히 고여 있었다. 그는 정중히 허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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