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애를 맞다(22)

그러나 위료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한때 자신을 극진히 대접하고 또 지근에 두고 자신의 뜻을 그대로 수용하여 정책에 활용했던 것과는 달리 만날 기회가 줄고 자신의 계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지자 위료는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챙겼다. 그것을 지켜본 객사 관리가 말했다.

“객경 나리 어디로 떠나시려고요?”

“떠나야지. 이곳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이유를 모르겠구나.”

위료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대왕께서 별다른 하명을 주시지 않으셨는뎁쇼?”

관리가 초조한 모습으로 말했다.

“대왕은 생활이 검소하고 아랫사람에게 자신을 잘 굽히지만 사람됨이 넉넉지 않아요. 은혜를 모르고 품성이 호랑이처럼 사납고 일단 뜻을 얻으면 사람을 쉽게 버린다네.”

관리는 위료의 이런 말을 낱낱이 적어 조정으로 서둘러 파발을 띄웠다.

소식을 접한 진왕이 내관 조고를 불러 말했다.

“위료는 이 나라의 보배니라. 그를 잃으면 천하를 잃는 것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가 이 나라에 머물도록 하여라.”

하명을 받은 조고는 다급히 사람을 보내 위료를 설득했다. 결국 위료는 진왕을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진왕은 사람을 씀에 최선을 다했다.

한번은 진왕이 편전을 지키고 있을 때 그가 천하의 인재를 찾고 있음을 잘 알고 있던 신하가 들어와 간했다.

“대왕마마. 돈약이란 자가 있는데 그자는 간계에 능하고 모사를 꾸밈이 신출귀몰하다 하더이다. 그를 불러들임이 어떠 하오실지 아뢰옵나이다.”

“그런 자가 있었단 말이오?”

진왕이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하지만 대왕마마. 간계가 능하고 모사를 꾸밈이 신출귀몰하다면 그런 자를 어디에 쓰겠나이까. 그런 자는 화를 부를지언정 덕을 주지는 못할 것이옵나이다. 그 점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다른 신하들이 돈약의 천거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때 진왕이 나서서 말했다.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인재들이 필요하오. 그가 용맹한 장수면 필요한 구석이 있으며 그가 모략가라면 또 그 나름대로 쓸모가 있소. 과인이 보기에 돈약의 재주가 출중하니 그를 꼭 만나보고 싶소.”

진왕 영정은 그를 찾도록 명했다.

진왕의 뜻을 새겨들은 신하들이 그를 찾아 나섰다. 그리하여 며칠 뒤 그가 거처하는 곳을 확인하고 그에게 진왕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돈약이 즉시 글을 적어 진왕에게 올렸다.

“신은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버릇이 있사옵나이다. 그것은 대왕마마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대왕께서 신의 행동을 나무라지 않는다면 찾아뵈올 용의가 있으나 그렇지 않는다면 만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돈약의 말은 방자하기 이를 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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