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채사람 이사①

진왕이 친정체제를 갖춘 뒤 중용한 사람 가운데는 이사(李斯)도 있었다.

이사는 본래 초나라 상채에서 관청의 창고를 지키던 하급관리였다. 그는 그곳에서 곡식을 백성들부터 거두어들이거나 나누어 주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일은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곡식을 거두는 것도 아니고 또 매일 곡식을 나누어 주는 것도 아니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바쁜 날이 있을 뿐 거의 매일은 노닥거리며 시간을 때우는 것으로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무료하면 창고의 곡식을 훔쳐내어 그것을 주막에 가져다주고 술을 마시는 것으로 안위를 삼았다.

“예야. 술 한 잔 가져오너라.”

느지막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이사는 고양이 세수를 하고 주막으로 곧장 기어들어갔다.

“또 오셨구먼유. 나리.”

반반하게 생긴 주막의 여주인이 빨간 부채를 들고 실올 같은 허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이사는 종업원이 가져다준 술잔을 길게 들이켜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침나절이라 주막에 사람이 없었다.

“혼자 계수?”

“아시면서. 그 인간이 아침나절에 나오는 모습을 봤수?”

여주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부챗살 너머로 배시시 웃었다.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사는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은 다음 여주인을 불끈 안고 내실로 향했다.

“이사님은 언제나 기운이 좋으셔.”

여주인도 마다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아니 그것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사가 매일같이 술을 팔아주는 단골인 데다 곡식창고를 지키는 관리인지라 그에게 잘 보여야 얻을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실로 들어간 이사는 곧장 여주인의 치마폭을 헤치며 들어갔다.

“아이참. 이사님도, 왜 이렇게 보채시와요?”

여주인이 간교를 떨며 엉덩이를 뒤로 뺐다.

“시간이 없잖수. 주인 놈이라도 오는 날에는….”

이사는 서둘러 그녀를 걸터타고 끙끙거리며 노를 저었다.

이사는 매일같이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창고에 나가 한번 휙 둘러본 다음 주막으로 가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하루일과의 전부였다. 그러다 주막 주인이 틈을 비운 사이 여주인과 눈을 맞추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러던 겨울 어느 날이었다. 뒷간에 용변을 보고 있는데 쥐새끼 한 마리가 분전 통에 빠져 헤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쥐는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배설물을 파먹고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순간 이사는 그 쥐와 자신이 무엇이 다른가를 곱씹게 되었다. 다를 것이 없었다. 자신의 배설물을 파먹고 사는 쥐나 관청의 창고를 지키며 그곳에서 알량한 곡식이나 훔쳐내다 술로 바꾸어 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처지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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