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반에서한 금 산작은 바람에도산을 통째로나뭇잎처럼 흔들어버리고말없이 갈대에게 이른다세상에 안 흔들리는 것은 없다고맑은 하늘에 솟은 해가 쏘아내린그 햇살도 비늘로 흩으러 놓고하얗게 떠가는 구름까지갈기갈기 찢어버리고모르는 척 바람에게 말한다세상에 상처받지 않은 것은 없다고흩어진 산 그림자와부서진 햇살이 바람에 실려 가슴 속으로 스미면어느새 나도바로 설 수 없이 흔들려내려앉고 있는데누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나는 아직저 깊은 물속의 뜻을 몰라어쩌지도어쩔 수도 없는나로 서 있을 뿐이다.이 시는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하고 대전에서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아 온 한금산 시인의 세번째 시집 ‘여울물 소리’에 수록된 작품이다. 한 시인은 시집 3권외에도 동시집 ‘다람쥐 운동장’ ‘하늘도 잠을 자야지’와 산문집 ‘노을빛을 퍼 올리다’ 등의 작품집을 출간하였다.시인은 고향인 인제의 소양호반에 서 있다. 시인은 아마도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복잡한 상념들로 하여금 흔들릴 때 고향을 찾은 것 같다. 치열한 삶이 힘들고 고단함을 느낄 때 부모님 품처럼 넉넉한 고향에서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지치고 힘들 때, 내가 어디에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할지를 망설이고 있을 때, 오롯이 명쾌한 답이라도 알려줄 것 같은 고향의 소양호반에서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물속의 뜻을 빌어 묻고 있다. 햇살 좋은 유월의 한복판에서 쏘아내린 빛살을 따라 고향으로 가는 길에 나를 찾아 나서고 싶다.이영옥 시인대전문협 사무국장
이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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