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의 진시황과 女> <84>
  • 금강일보
  • 승인 2016.06.28 2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채사람 이사②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사는 그 길로 사직서를 던지고 길을 떠났다.

그가 무작정 찾아간 곳은 초나라 난릉의 수령 순경(筍卿) 즉 순자의 문하였다.

이사가 이토록 과감하게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우선 자신이 처한 위치가 곳간의 창고지기라면 도둑질을 해도 그 정도의 규모에서 이득을 챙기게 되지만 국가에 나아가 큰 도둑이 된다면 보다 많은 이득이 생길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순자는 당시 직급이 고을 수령에 불과했지만 학문에 있어서는 명성이 천하에 자자했다. 그 때문에 이사는 그의 명성을 빌린다면 관직에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래서 곧장 순자의 문하를 찾아갔다.

이사는 순자를 만나 넙죽 절을 올리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늙은 순자는 이사의 몰골을 아래위로 뜯어본 다음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어찌하여 내 문하에서 유학을 공부를 하려 하는고?”

목소리는 나직했으며 자분자분했다.

“유학을 배우기 위해 선생님을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이사가 불쑥 내뱉었다.

“그렇다면?”

순자는 의아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저는 제왕학을 배우고 싶사옵니다.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 말이옵니다.”

당돌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실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그대가 제왕이 되겠다는 생각인고?”

순자가 기가 찬 표정으로 되물었다.

“소생이 제왕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왕 노릇을 하는 방법을 임금에게 가르치겠다는 말입니다.”

순자는 이사의 대답에 물음을 멈추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눈을 내리깔고 그를 너머다 보았다. 그가 참다운 학문을 배울 인물 같지는 않지만 장차 큰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순자는 한참을 그렇게 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때 그와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여겨 순자가 붙여준 동문이 한비자였다.

한비자는 한나라 왕족으로 태어나 귀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지독한 말더듬이였으므로 순자의 문하에서 유학을 공부하여 글로써 뜻을 펴고자 초나라까지 온 것이었다. 순자가 이사를 그와 동문으로 엮어준 것은 한비자의 인간됨이 진솔하고 그릇됨이 크기에 그것을 이사가 배울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이사와 한비자는 한방을 쓰며 부지런히 읽고 쓰고 토론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토론을 벌일 때마다 이사는 약빠르게 문답에 대응했다. 반면 한비자는 지독한 말더듬으로 천천히 참된 철학을 이야기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사는 한비자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