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채사람 이사⑤

이로써 이사는 그날로 진나라에서 벼슬길에 올라 장사(長史)라는 직책을 얻었다. 물론 여불위의 심복이 되어 그를 보필했으며 뒷날 중서령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노애사건으로 여불위가 쫓겨나면서 결국 그도 함께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하남까지 따라가 자결한 여불위의 시신을 거두어 북망산에 장사를 지낸 이도 이사였다.

이사는 여불위의 장례가 끝난 다음 초나라 고향 상채로 돌아가 토끼사냥이나 하며 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더욱이 여불위의 죽음을 계기로 “진나라에서 벼슬을 하는 이들 가운데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6국에서 온 자들은 모두 이 나라를 떠나도록 하라.”는 진왕의 명이 있어 더 이상 머물 수도 없었다.

이사는 고민에 빠졌다. 고향 상채로 돌아가자니 너무 억울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진나라에 남는다는 것도 문제였다. 오라는 곳도 없었다.

이사는 주막을 찾아가 술을 건아하게 취하도록 마셨다. 지금까지 가까스로 살아온 날들이 허망했다. 고향을 떠나 순자의 문하에서 공부를 하고 겨우 여불위의 음덕으로 벼슬길에 올랐는데 얼마지 않아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으니 돌이켜보아도 한심했다.

이사는 술잔을 무겁게 내려놓고 무심히 탁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마리 작은 개미가 탁자 위를 기어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개미는 자신이 내려놓은 술잔에 앞길이 막히자 더듬이를 연신 움직이며 다른 방도를 찾고 있었다. 술이 떨어진 지점을 피해 가는 것은 물론 젓가락이 놓인 자리를 돌아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사는 무릎을 쳤다. 바로 그것이었다. 세상을 사는 데는 나름의 방도가 있게 마련이었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란 법은 없다는 말도 이와 상통했다.

이사는 곧바로 수도 함양으로 발길을 돌렸다. 죽기 아니면 살기였다. 고향에서 토끼사냥이나 하며 보잘것없이 살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각오하고 대업에 뛰어드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그것이 진나라가 아니라면 다른 나라로 옮겨가면 될 일이었다.

함양성에 도착한 이사는 즉시 진왕에게 올릴 상소를 작성하여 성문을 지키고 있던 위사에게 갔다. 그는 성문을 가로막고 서서 오가는 사람을 검문검색하고 있었다.

이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대는 뉘시기에 함부로 다가서는가?”

위사가 위엄을 갖추며 물었다.

“벌써 잊으셨는가. 중서령 이사라오.”

아랫배에 힘을 주고 말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여승상의 문객들을 색출하여 국외로 추방하라는 왕명이 내려진 것을 그대는 모르는가? 이곳에서 어물거리다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우니 빨리 국외로 도망을 치시오.”

위사의 말투는 단호했다.

이사는 하는 수 없이 위사에게 뇌물을 주고 그에게 상소를 올려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했지만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조당에 전달은 해 드리겠소만 꼭 대왕마마께 전달된다는 보장은 없소이다. 그 점 유념하시고 돌아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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