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채사람 이사⑦

막상 어디서든지 자신을 알아준다면 충성을 다하겠다고는 마음먹었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착잡한 기분이었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이들을 위해 일할 수야 없지. 암 그렇고말고. 진왕의 그릇이 그 정도라면 미련 없이 진나라를 떠나야 할 것이야. 그에게도 희망이 없어…….’

이사는 여산에 있는 객관에서 날이 밝자 길을 떠나기 위해 자리를 걷었다. 일찌감치 조찬을 차려 먹고 신발을 동여맸다. 갈 길이 멀었다. 객관을 나서면서도 이사는 혹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구중궁궐 쪽을 바라보았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이사는 터덜터덜 먼지를 일구며 길을 나섰다.

‘세상은 무심한 것이로구나. 내 관직에 있을 때는 찾는 이도 많더니만 먼 길을 떠나는데도 마중 나오는 이 한명 없구려.’

이런 생각이 들자 허무한 것이 인생이구나 하는 비애마저 들었다. 그가 무거운 걸음을 질질 끌며 걷고 있을 때 말을 탄 한 무리의 군사들이 달려와 길을 가로막았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장군이 앞섰고 병사들이 창을 번득이며 뒤따랐다.

“그대가 중서령 이사가 맞으시오?”

앞서 달려온 장군이 거친 말투로 물었다. 이사는 덜컥 겁이 났다. 혹시 진왕의 심기를 거슬려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달려온 병사들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렇다고 자존심마저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예 그렇소만…….”

다부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둘러 마차에 오르시오. 상부의 명이오.”

장군의 말에 따라 군사들은 자신들이 끌고 온 마차에 이사를 태우고 말머리를 돌렸다.

이사는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대왕마마께옵서 어찌 미천한 유생을 찾으신다고 하더이까?”

“그야 알 수가 없지요. 다만 영이 떨어져 숨차게 달려온 것이지요. 오는 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우? 그대를 찾느라 오는 길에 주막을 샅샅이 뒤졌다오.”

이사는 자신을 찾아온 장군의 말투로 보아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해서 이사는 다시 진왕을 알현하게 되었다.

진왕은 이사를 후하게 대접하고 마주 앉아 차를 내왔다.

먼저 진왕이 입을 열었다.

“여섯 나라를 병합하여 천하통일을 완성할 대업을 이룩하려면 그대 같은 재사의 도움이 필요하오. 그래서 모셔 오라고 일렀소.”

“대왕마마. 그처럼 원대한 계획과 포부를 왜 이제야 실행에 옮기시려 하시옵니까?”

이사가 진왕 영정에게 물었다. 진왕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차를 마셨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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