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만 한다고 덮어질 일이 아니다.

사안은 일파만파(一波萬波). 세종시 학부모들은 이야기할 틈만 있으면 입에 오르는 화두가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딱 맞다.

지난달 20일 세종시 A유치원에서 발생한 유아들의 성적인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민에 빠졌다. 유아들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성적 논란과 관련한 ‘사건기사’를 쓰기에는 참담했다. 기자 본연의 업무에 앞서 한 가정의 부모로서 사실을 보도하기 까지는 망설임의 시간이었다.

결국 사실을 쓰기로 결심했다.

‘사건기사’가 아닌 우리네 부모들의 입장에서다. 특히 부끄럽고 수치스런 현실을 바로보고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달 20일 오전 세종시 A 유치원. 원생(6)들은 유치원 내에 있는 놀이터에서 야외운동이 한참이었다. 미끄럼을 타고 놀던 3명의 남자아이들이 한 여아를 미끄럼틀 아래 후미진 곳에 몰아놓고 성적 장난을 벌였다. 비록 장난기가 반영됐겠지만 성인으로 치자면 성추행인 셈이어서 충격적이다.

이 놀이터에는 2곳에 CCTV가 설치돼 있다. 당시 원생들이 놀고 있는 한 CCTV는 미끄럼틀 아래 후미진 부분의 경우 영상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 교육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3명의 남자아이들은 겁에 질려 있는 여아에게 “우리 집에 권총이 있다. 부모에게 말하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위협까지 했다는 것이다.

귀가시간이 되자 아이는 유치원에 찾아온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유치원 교사와 다른 학부모까지 알려지면서 유치원은 충격에 빠졌다.

세종경찰서가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가해 원생들은 형사미성년자다. 가해자들의 나이가 어려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교육청과 해당 유치원도 진상을 파악하기보다는 쉬쉬하는 눈치다.

충격적인 시간이 흐르면서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는 감정의 골이 깊어져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만한 합의는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피해 여아는 그날 이후 식사를 거르고 있고,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리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여아는 현재 유치원에 나가지 않고 있다.

미취학 아동, 응석이나 부릴 어린나이여서 ‘장난’이나 ‘호기심’으로 덮어주기엔 지나쳤다. 언어 폭력성이나 행동은 어른 성범죄를 뺨치고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래 애의 장난기(호기심) 같은 발동이, 내 아이가 평생을 그늘지게 살아갈 것이라고 바라보는 한 가정의 부모 가슴에 큰 생체기를 남긴 사례다. 피해자의 가정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유아들의 성적 문제와 관련한 교육과 예방대책이 절실한 때다. 이성에 대해 호기심이 극도로 예민할 때인 이 시기에 특별교육이 필요하다.

충격적인 사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회적 이슈라고 해서 쉬쉬하고 덮을 일이 아니다. 제2, 제3의 피해자기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교육계의 고뇌가 필요하다.

SNS와 휴대폰을 통해 범람하는 음란물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성적 타락에서 우리아이들의 영혼이 오염되고 있다면 그 결과는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요 어른들의 잘못이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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