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2일 ~ 5월 1일까지 대전 홍명아트홀 ··· 충남은 5월 3일부터

삶에 대한 희망과 꿈을 버리지 않는 가족사를 다룬 연극 ‘바쁘다 바뻐’가 내달 22일부터 오는 5월 1일까지 대전 홍명아트홀(구 대전극장)에서 열린다.금강일보가 창간 1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번 공연은 극단 해오름이 제작과 기획을 맡았고, 금강일보가 주최, 이수엔터테인먼트가 주관을 맡았다. ‘바쁘다 바뻐’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가난한 일상 속에서도 삶에 대한 애착과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빈민가정으로 터무니 없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며 매 순간이 해프닝과 삶의 치열함으로 버티는 ‘바쁘다 바뻐’의 가족사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희화화했다. 거리 청소부 아버지, 고철 줍는 용식이, 영화배우를 꿈꾸는 껌팔이 소녀 점순이가 등장한다. 누구하나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 전하는 웃음 역시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수 없는 감동이 숨어있다. 빈민 가정을 중심으로 그 식구들의 시각 속에 드러나는 우리사회의 일면 하나하나가 무대 위에 펼쳐지기 때문이다.그 웃음 코드 속에는 서서히 잊혀져 가는 80년대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함께 못살고 못먹고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의 부모세대들의 아픔 속에서 생산된 이야기가 연극에 녹아난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 닿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연극 역시 바쁘바 바뻐에 등장하는 가족들과 한 세대를 뛰어넘는 시간을 보냈다. 24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작품의 깊이와 넓이만큼 감동과 재미도 두 배 더 커졌다.‘바쁘다 바뻐’는 1987년 대학로에서 초연된 이래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받아 온 장수 연극이다. 지난 1991년 이미 2300회의 공연을 기록했다. 당시 최장기 공연으로 관람객 수 40여만 명을 기록한 전기적인 공연으로 평가받았다. 1997년을 끝으로 80만 명의 관객기록을 갱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해는 1만 회 공연 기록을 달성하며 100만 관객이 든 장수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연출자인 신준영 극단 해오름 대표는 초연 당시 ‘바쁘다 바뻐’가 ‘연극의 이단자’ 로 불렸다고 회상했다. 배우가 격이 없이 객석에 내려오고 관객과 소통을 시도했다는 자체만으로 파격적인 무대로 회자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신 대표는 “80년대 연극계는 관객보다 배우가 우선시되던 풍토였다. 지금은 연극 무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 됐지만 당시로선 배우가 예술가로서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무대와 객석을 오고 가는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회상했다.배우보다 관객을 우선시하는 극단의 전통이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동안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 극단은 무엇보다 ‘관객’에 초점을 맞춰 같이 호흡하고 재밌게 극을 이끌어 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몇 번의 고비는 있었다. 지난 1997년 IMF를 겪으면서 극단도 운영난에 봉착했다. 거기에 초대 극단 대표였던 고 이길재 선생이 건강악화로 무대에 서지 못하면서 연극이 잠시 중단됐다. 그러다 2003년 지금의 신준영 대표가 극단을 이어받으면서 ‘바쁘다 바뻐’의 공연도 재개됐다. 이런 동안 연극계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창작극 대신 외국 번안극이 등장하고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내용이 대세를 이루면서 청소년과 중장년층을 위한 공연이 설 자리를 잃고 있었다. 신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바쁘다 바뻐’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그 밑바탕에는 우리만의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며 “극단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공연도 좋지만 사람 냄새 풀풀나는 80년대의 그리움이 담긴 우리 공연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강조했다.‘바쁘다 바뻐’가 큰 변화 없이 현 시대를 반영한 용어나 대사만 가미한 채 전체 구성은 초연 당시와 맥을 같이하는 이유도 그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변화나 발전도 좋지만 당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부족하지만 가족이 있어 더욱 따뜻했던 그 시절. 지금은 느끼지 못할 그 시절을 통해 현대인들이 가족애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바쁘다 바뻐’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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