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와 한나라의 멸망⑨

그는 운양옥에 도착한 뒤 그곳을 지키는 옥리에게 물었다.

“진왕이 왜 나를 내친단 말이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묻는 것이외다.”

그러자 옥리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왜 이곳으로 압송되었는지 모른단 말이오?”

“그러하오. 진왕께서는 흡족한 표정으로 이 사람의 말을 들어 주셨소. 그리고 며칠만 객관에 나가 편히 쉬라고 말씀하셨소. 그런데 느닷없이 이곳으로 압송을 했소. 왜 그렇게 됐는지 연유를 알고 싶소.”

옥리는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한 집안에 가장이 둘이 될 수 없으며 한 부엌에 두 명의 여자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오. 그렇지 않소?”

옥리가 애처로운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두 명의 여자라니?”

“객경 이사와 그대를 일컫는 말이외다.”

한비자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는 길게 탄식하며 힘없이 말했다.

“이사가 시기했다면 살아남기 어렵다. 짐승은 맛난 고기 때문에 목숨을 잃고 노루는 사향 때문에 죽는 다더니 천만 단어의 비책도 내 목숨을 지켜주지 못하는구나!”

한비자는 피눈물을 흘리며 한탄했다. 더욱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출세를 위해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이 괘씸했고 분했다. 가슴을 열어 보이고 싶을 만큼 답답했다.

그날 밤 한비자는 관모를 벗고 한나라를 향해 삼배를 올렸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친구인 이사가 자신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죽여야 한다고 진왕에게 고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막아주어야 할 사람이 이사였다. 또 그가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줄 희망이었다. 그런데 그자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함정을 팠다면 빠져나올 구멍조차 막았을 것이 뻔한 이치였다.

“억울하고 분통하도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를 말라고 했건만 내 그 이치를 모르고 스승의 문하에서 이사를 거두고 친구로 생각했구나. 원통하도다.”

한비자는 한참 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배신감에 치를 떨다 자신의 관모 끈으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은 즉시 진왕에게 보고되었다.

“무어라. 한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진왕이 편전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예 그러하옵나이다. 관끈으로 목을 맸다 하옵나이다.”

내관 조고가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참으로 애통한 노릇이로다. 이 시대에 그만한 인물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과인이 아끼고 존경하는 인물이거늘 그토록 헛되이 죽었단 말이냐. 후하게 장례를 지내주도록 하여라.”

진왕은 한비자를 잃은 뒤 한동안 애통해 하는 낯빛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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