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자 27명 입건, 9명 구속…500회 불법 알선
검찰, 공무원 수십 명 소환 조사…수백 명 초긴장
업계, “부동산업계 살얼음판…내년쯤이나 풀릴 것”

26일 오후 3시. 세종시 한솔동과 고운·종촌동 일대 부동산중개사무소가 몰려 있는 신도심.

폭염 속 중개사무실 대부분 문이 닫힌 채 ‘개점휴업’이다. 어쩌다 문을 연 사무실에 들어가면 ‘초상집’에 들른 분위기다.

지난 5월 검찰이 6곳의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끝낸 이후 분위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로부터 꼭 70여 일만이다. 이날 오전에 그동안 세종시 아파트 불법 전매 행위를 수사 중인 대전지검은 “불법 전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십 명의 공무원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불법 전매행위를 한 부동산 중개업자 27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9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부동산 거래 내역 가운데 500여 건의 불법 전매 행위가 드러났다.

◆ 500여 건 불법 전매 포착 ‘바짝 긴장’

부동산 업계로서는 잔인한 5월이 지속돼 온 셈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신도시 건설 이후 부동산업계가 수년간 누렸던 열기와 분위기, 호황의 그림자조차 사라진 도시로 전락됐다.

기자는 한솔동에서 지난 5월 취재차 만났던 A부동산 B 대표를 어렵사리 만났다.

B 대표는 역시 이 분야의 베테랑답게 사건 이후의 상황 등 수사진행 과정을 꿰고 있었다. “문을 닫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손님도 없는데다 무더위 때문에 왕래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대부분의 사무실이 월 평균 500만 원 가량의 적자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간혹 걸려오는 전화는 이곳 분의기를 묻는 상담전화. 상가문의까지 끊어진 요즘은 찜통더위로 3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공무원들에 대한 혐의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불법전매에 연루된 공무원들은 재산권 행사(매매)를 하면서 세금정도 줄이는 절세(折稅) 혐의를 받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B 대표는 그러나 “불법 전매한 기간이 오래됐고, 수백 명의 공무원이 연루돼 광범위하게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부동산중개소와 멀리 떨어진 고운동 외곽지역 부동산. 긴장감은 느슨해 보이지만 ‘개점휴업’ 상태는 공통점 같다.

무더위 탓도 있지만 거래가 뚝 끊겼다고 하소연이다. 3년째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C 대표는 “상가가 텅텅 비어 있지만 찾는 손님이 없다. 불황도 바닥”이라고 말한다.

◆ 부동산업계 살얼음판… 내년쯤 풀릴 것

C 대표는 검찰수사 이후 부동산가격 동향에 대한 눈치만 볼뿐 선뜻 거래가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푸념한다.

언제쯤이면 거래가 풀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최소한 올 겨울 아니면 내년 쯤, 단속이 풀어지면 회복될 것 아니냐”며 애써 희망을 찾았다.

검찰수사는 세종시 전역에 불똥이 튄 것으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침체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받은 공무원이나 민간인들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입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는 수사가 더 진행될수록 입건자도 늘어나게 될 것이고, 혐의가 드러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엄중처벌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후 5시경. 장군면 봉안리 전원주택단지를 분양하고 있는 H마을. 고운동과 인접한 이 단지는 지난해 개발에 들어가 지난 5월부터 1차 100여 세대를 모두 분양했다는 것이다. 2차는 올 가을 분양예정이다.

분양가는 200만 원에서 230만 원. 산지를 개발, 확 트인 조망권, 신도심 인근에 위치한 탓에 분양가가 만만치 않은데도 완전 매진됐다.

신도심 부동산업계가 느끼는 ‘한파’ 분위기와는 딴 세상얘기다. 단지 관계자는 “2차도 무리 없이 모두 분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복더위의 폭염. 그러나 부동산중개소에 불고 있는 냉기류에 긴장하고 있는 다수의 어느 공무원, 반면 호황의 경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신도시의 개발현장이 ‘오버랩’된다.

검찰의 칼끝이 이디까지일지, 불법전매에 연루된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의 “기관에 통보할 것”을 피하고 싶을 게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