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라를 멸하다④

진나라가 조나라를 치기 위해 위나라를 통과한다는 것은 자신들을 치지 않겠다는 것이므로 시간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위 왕은 진나라와 화친을 맺고 한편으로 군사력을 보강하여 진나라와 대적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릴 심산이었다.

위 왕은 사신과의 대화가 끝나자 연회장으로 그를 안내하고 융숭하게 대접했다.

사신의 주변에는 위나라에서 내로라고 하는 미인들을 붙였다. 그들은 속이 내비치는 얇은 비단옷을 입고 사신 주변을 돌며 노래를 하고 춤을 추었다.

“목이 빠지도록 그리던 벗이 왔으니 오늘은 흠씬 취하고 싶구려.”

위 왕이 취기를 풍기며 분위기를 잡았다.

“황공하옵니다. 대왕께옵서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무슨 말씀을, 오늘은 마음껏 취해 보시구려. 진국과 우리나라가 오늘로 형제국이 되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소. 그러니 오늘만큼은 마음껏 취하고 싶구려.”

위 왕은 품고 있던 계집의 넉넉한 젖무덤에 자신이 들고 있던 술을 따랐다. 그리고는 박장대소하며 안절부절못하는 계집의 행동을 즐겼다.

계집은 호들갑을 떨며 몸을 추수렷다.

“귀하신 손님 앞에서 너의 아름다운 몸매를 맘껏 자랑해 보아라.”

그것은 왕명이었으므로 거부할 수 없었다. 계집은 얼굴을 붉히며 옷섶을 풀었다.

“더 헤쳐 보아라. 그래야 귀하신 분이 너를 보질 않겠느냐?”

하지만 계집은 배시시 웃으며 앞가슴을 드러내지 못했다. 낯선 사내와 위 왕의 앞이었으므로 속살을 드러낸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계집들의 품세를 살피며 엉거주춤 서 있었다.

그러자 시중을 들고 있던 중년의 상궁이 위 왕과 사신의 눈치를 번갈아 살피며 그녀에게 다가가 윗저고리를 벗겼다.

그러자 태초부터 햇살 한 번 머금지 않은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그 빛은 백옥이었으며 출렁이기는 물결 같았다. 넉넉한 젖무덤과 진갈색의 달무리. 아직은 농익지 않은 앵두가 그곳에 앙증맞게 붙어 있었다. 사신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근자에 자신이 본 계집 가운데 이보다 더 살결이 희고 고운 계집이 있었던가를 반추하게 했다. 사신은 군침을 삼켰다.

그러자 위 왕이 그의 기상을 알아채고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도 함께하여라. 어서 서둘러라.”

왕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변을 돌며 시중을 들던 계집들과 무희들이 일제히 서로 곁눈질하며 옷을 벗고 속이 더욱 훤히 내비치는 비단을 걸쳤다.

모두들 하나같이 달빛처럼 흰 가슴을 얇은 비단 속에 드러내고 술을 따랐다. 무희들은 실오라기만을 걸친 채 나비처럼 춤을 추었다. 볼그레하게 달아오른 볼에는 정념이 불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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