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해 나섰다는 공주시의회, 아니 이종운 의원의 자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문점과 함께 시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는 그의 자세를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인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누구의 견해인지 발표 주체도, 발표 날짜도 없는 성명서에서 그는 공주시가 상정한 겨울철 공주알밤축제 예산 3억 원을 전액 삭감한 것은 ‘중복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상식논리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25억 원의 금학생태문화지구 자연체험시설 확충사업과 공주알밤축제가 눈썰매장 설치에 있어 중복된다는 언급은 예결위에서도, 수정발의 어디에도 없다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왔다.

중복투자는 예산 삭감의 최대 핵심 의제임에 분명한데 축제담당자도, 예산담당자도 들은 바 없거니와 집행부 원안에 찬성한 새누리당 소속 동료의원들 조차 전혀 들은 바 없다. 더구나 삭감 강행을 위한 수정안에도 언급이 없으니 아이러니일 수밖에.

설령 예산삭감을 통해 시민혈세의 누수를 막았다손 치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잘못까지 인정받기는 어렵다. 예산 삭감조서 승인 전에 충분한 대화와 조율이 필요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고, 바로 다음날 수정발의를 통해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빚어졌으니 말이다.

공주시의회 사상 초유의 사태거니와 예결위원장과 부위원장 그리고 수정발의에 나선 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었다는 점은 그들 스스로 역량부족을 자인한 셈이다.

더구나 중복투자라는 예산삭감의 중요한 근거를 쥐고 있었으면서도 새누리당 간사에게조차 의견조율을 하지 않고 수정발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의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끌고 가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러니 동료의원들에 대한 배려나 상호존중, 합의정신은 쥐뿔만큼도 없다는 비판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는 또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5대5 동석이다 보니 집행부 입맛대로 무사통과되는 일이 다반사여서 견제기능을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예산을 삭감하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5대 5 동석은 본인들 스스로 자초한 일로, 그 안에서 모범답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의장의 특위 참여를 골자로 한 ‘위원회 조례’ 개정 움직임 또한 힘의 균형을 억지로 무너트려 의회를 장악하고 집행부를 길들이기 위한 얕은 수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국 최초의 조례 개정은 소위 ‘사유화 꼼수’라는 비판과 함께 의회의 무한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분열과 반목 속에서는 일하는 의회 분위기가 조성될 수 없을 뿐더러 의회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축제에 판매되는 군밤은 외부 밤을 쓰더라도 구분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밤 재배농가들을 능멸하고 무시하는 몰상식한 궤변이다. 밤으로 유명한 공주에서조차 그것도 축제장에서 공주밤이 아닌 외지 밤이 군밤용으로 팔렸다고 공인이 공언함으로써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관광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시 이미지를 실추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는 끝으로 언론의 생명은 정론직필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상의 사안에 대해 정중히 답변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그 알량한 답변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공주시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기만하는 처사다.

전반기와는 확연히 다른 의회상을 구현하겠다는 그의 각오가 자신은 물론 당리당략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시민의 이익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머리를 맞대 무엇이 진정 시민을 위한 길인가를 깊이 고민하는 의회의 모습을 보여 줬으면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힘의 논리가 아니라 상호 간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소통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명심했으면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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