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가의 암살기도와 연의 멸망②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술상을 차리고 그와 단둘이 대적하며 술을 마셨다.

술자리는 이른 초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취기가 오르는 동안 단은 수시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의중을 내비치지 않았다. 다만 형가의 인물됨만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거사를 완벽하게 이뤄낼 수 있는 인물인지 혹은 변절할 인물인지를 가늠했다.

술자리는 3일 낮밤 동안 계속됐다. 술에 취해 떨어지면 태자궁의 어린 나인을 붙였다. 단은 형가가 그녀를 탐하며 내뱉는 취설도 모조리 보고토록 했다.

“내 무슨 영화로 너같이 고운 나인과 접하고 있단 말이냐?”

취기에 흠씬 젖은 형가가 나인을 걸터타고 어눌하게 말했다. 눈동자가 완전히 풀려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놀리며 단내를 풍겼다.

“장군께서는 어찌 이리도 기운이 세시옵니까? 이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사옵니다.”

어린 나인이 맞장구를 치며 형가의 굵은 허리를 더욱 조였다. 그녀는 연신 생앓이 소리를 토했다. 때로 발정 난 고양이처럼 소리를 내지르며 온몸을 뒤흔들었다. 그들이 두 마리 뱀처럼 뒤엉켜 노는 소리가 궁 안에 요란했다.

“태자님께서 이놈을 이리도 믿고 계시니 무슨 일인들 못하겠느냐. 내 목숨을 바친들 뭐 아깝겠느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형가는 연신 취설을 허공에 내뱉었다. 그럴 때마다 계집은 몸서리를 치며 형가의 허리를 더욱 옥조였다.

“제발. 제발.”

형가와 나인의 생살 부딪치는 소리가 새벽까지 계속됐다.

형가와 태자 단의 술자리는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계속됐다. 물론 형가는 매일 나인과 살을 태웠다. 태자궁의 다른 나인들은 밤마다 반복되는 그녀의 메마른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사흘 밤 사흘 낮을 지켜본 태자 단은 나흘째 되던 날 형가를 불렀다.

조당 한가운데 단둘이 앉았다. 둘은 찻잔을 기울이며 자분자분 속삭였다.

“내 그대와 연이어 술자리를 함께한 것은 그대의 심중을 헤아리기 위함이었소. 이제 그대의 의중을 충분히 알았으니 내 뜻을 말하리다.”

“무슨 말씀이던 하명하시옵소서. 태자마마.”

단이 목소리를 더욱 낮추며 말했다.

“그동안 진왕을 제거할 위인을 찾았는데 그대가 적격임을 이제야 깨달았소.”

“황공하옵니다. 저에게 그런 중차대한 일을 주신다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기필코 이루어내겠나이다.”

형가는 몸을 굽실거리며 대답했다.

“고맙소. 고맙구려.”

태자는 형가의 손을 굳게 잡았다. 그러자 형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러지 않아도 나름대로 생각을 가다듬고 있었사옵니다.”

“혹 진왕을 제거할 좋은 계략이라도 있소이까?”

태자 단이 속삭이듯 물었다.

“비책이 있사온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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