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세종시장의 공약으로 시작된 ‘세종철도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기술원) 분원이 이전한다는 이 시장의 거짓들통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과 왜곡, 변명 등 전시행정의 습한 이면을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이 시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직원을 내세워 책임회피라는 구설까지 오르고 있다.

철도산단 조성과 관련해 이 시장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지난해 3월. 주 내용 가운데 하나는 2019년까지 기술연구원이 세종시로 이전키로 했다는 것이 골자다.

시 정례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이 공언은 다음날 본지를 포함해 모든 언론매체가 앞 다퉈 대서특필했다.

그해 다음달 4월 13일, 이 시장은 국회로 브리핑장소를 옮겼다. 철도산단 조성과 관련한 기업유치 투자유치설명회를 개최했다. 각 언론은 이 시장의 장밋빛 청사진에 초점을 맞추고 반응했다.

그로부터 1년6개월여 뒤, 본지는 지난 6월 29일자를 시작으로 무려 6회에 걸쳐 시리즈로 문제점을 조명했다. 특히 2019년까지 기술연구원 분원 이전은 허위로 밝혀지면서 이 시장의 무책임한 전시행정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 시장은 지난 18일 정례회에서 주제를 끝내고, 철도산단과 관련한 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해명을 위한 시 입장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경제산업국장에게 브리핑을 맡겼다. 장밋빛 청사진을 밝힐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마치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떠미는 분위기다.

이날 국장은 분원유치가 허위인 것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를 덮기 위해 왜곡과 해명으로 급급한 브리핑으로 끝냈다. 결국 허위사실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언론을 바보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이 시장은 최근 본지의 시 행정 비판기사 등에 수차례 ‘해명자료’를 내고 적극 대응하는 행정을 펴고 있다. 심지어 정례브리핑을 통해 반박성 해명도 하고 있다. 당연한 처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비판기사와 관련해 유독 지금까지 침묵하는 사례가 있다.

지난 6월 9일 준공식을 갖은 A산업단지. 이날 이 시장은 착공 4년 만에 준공하는 기념식을 위해 행사이벤트를 마련했다.

이 시장은 이날 정례브리핑 일정에 맞춰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한 뒤 현장투어를 하는 등 특별행사를 갖은 것.

이 준공식행사에 앞서 본지는 지난 4월 ‘A산업단지 수의계약 특혜의혹’의 제하 기사에서 수의계약과 관련해 폭로성 보도를 했다.

이 산업단지 총공사비는 1782억. 이 가운데 폐수처리장의 경우 공사비는 167억. 제품구매 수의계약은 모두 23건, 90여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23건 가운데 13건이 1억 이상으로 확인됐다. 2000만 원 이상일 경우 정부 계약은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사유다.

당시 본지는 ‘이춘희 세종호(號) 출범 이후 수의계약 집중’ ‘업계, 공개입찰 방침 돌연 수의계약 전환 폭로’ 등의 부제목으로 달아 보도했다.

이 보도는 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시설에 사용되는 전기제품 구매에 참여했던 기업인 A 대표가 일부 언론에 폭로하면서 확인됐다.

그러나 본지 보도 이후 이 시장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비판기사에 대해 즉각 ‘해명자료’를 내 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시장은 취임 이후 매주 목요일 시 행정전반에 대한 대 언론 브리핑을 해오고 있다.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으로 108회를 기록했다.

결과나 책임에 대해서는 ‘묻지마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례브리핑. 한번 쯤 되돌아볼 때다. 언론을 바보로 아는 것 아닌지 속내가 궁금하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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