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 본 30㎞ 코스

 

트레킹 마니아들이 대청호 오백리길의 멋과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마련된다. 대전시가 주최하고 대전마케팅공사와 대한걷기연맹이 주관하는 대청호 오백리길 울트라 걷기대회가 9월 3일 열린다. 대청호 오백리길이 관광자원화의 길로 접어드는 중요한 이벤트 성격을 갖는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대청호 오백리길은 ‘숨겨진 보석’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거듭날 것으로 대회 주최 측은 기대하고 있다. 대청호를 도보관광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시키는 전환점이다.

#. 대청호의 재발견

대청댐은 대전과 충북의 경계에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 놓았다. 금강 물길이 호수로 변하면서 크고 작은 봉우리들은 섬이 됐다. 산 중턱까지 물이 차면서 내륙 깊숙한 골짜기에 새로운 나루터도 생겼다. 말 그대로 천지개벽이다. 인간의 적응력은 호수의 탄생과 맞물려 새로운 길을 만들어냈다. 기존 고갯길과 새로운 길이 이어지는 호반길이다. 그 길을 따라 ‘대청호반’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새로 써지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며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의 미학’이 대청호반에 있다.

 

#. 자연과 함께 숨 쉬며 걷기

울트라 걷기대회 풀코스 참가자들은 대청호 오백리길 1구간부터 4구간까지 30㎞를 걷는다. 보통 성인의 걸음 속도가 시속 4㎞ 정도, 다시 말해 1시간에 4㎞를 걷는다고 하면 대략 8시간을 걸어야 한다. 물론 체력이라는 게 한계가 있는 거라 쉴 시간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대략 10시간은 잡아야 한다. 물론 보통 사람의 경우가 그렇다. ‘선수’급이라면 6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속도와 시간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걷기를 건강의 관점에서 보면 속도와 시간이 중요하겠지만 걷는 즐거움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 느려도 괜찮다. 오롯이 대청호반과 교감하는 순간이 중요하다면 말이다. 명색이 대회이니만큼 시간 내(9시간 안팎) 완주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시간, 풍경, 힐링, 완주…. 모든 건 참가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확실한 건 많은 걷기 경험자라면 선택에 대한 확신이 정확하고 선택의 폭도 넓겠지만 초보자라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대회 참가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전략을 짜는 게 좋다. 가족과의 동반 걷기라면 10㎞ 코스가 적당하고 약간의 경험이 있고 체력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면 풀코스에 도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 걷기에 최적화된 코스

대청호 오백리길의 최대 장점은 역시 손을 덜 탄 자연환경이다. ‘내륙의 다도해’라는 말에 걸맞게 산과 호수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울트라 걷기대회 풀코스는 대청댐잔디광장에서 시작된다. 대청호오백리길 21구간의 끝지점이다. 대청댐을 바라보고 1구간 시작점을 향해 걷는다. 약간 오르막이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대청호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고 계단을 오른다. 오솔길이다. 왼편으로 이따금 햇빛을 머금은 호수가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약간 숨이 차오를 때쯤 대청로하스 가족공원에 이른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대청댐 보조여수로(댐)를 건너면서 이촌마을과 강촌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잘 조성된 정겨운 습지공원이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준다. 민평기가옥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좌회전. 도로(대청호수로)를 따라 이어진 데크길을 걷는다. 대청호와의 경계면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갈밭식당을 지나 송강식당에서 숲길로 접어든다. 대청호를 좀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을 밟으며 호반의 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이내 이현동생태습지(두메마을)에 다다른다. 파란 호수와 어우러진 습지공원의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다. 정자에서 한숨 고른 뒤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대청호 오백리길 2구간의 시작이다.

호수를 따라 조금 걷다 작은 나무다리 하나를 건너면 1년 내내 찬 샘물이 우물에 가득 차 있었다는 찬샘마을 입구다.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농촌체험마을이다. 인심 좋고 맛 좋기로 소문난 찬샘가든을 지나 다시 시멘트 포장길을 걷는다. 냉천로다. 또 한 번 풍경 좋은 자리, 그곳에 찬샘정이 서 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 약간 지루해질 수 있는 코스가 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2구간의 종점인 냉천골 버스종점(냉천골할매집 앞)을 지나 관동묘려·미륵원 인근 갈림길까지는 다소 단조로운 코스이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약간 지칠 수 있는 구간이다.

 

3구간 종점이자 4구간 시작점인 ‘더리스’부턴 대청호반길에서 가장 흥미로운 길이 펼쳐진다. 리아스식 해안처럼 복잡한 곡선 경계면을 따라 계속해서 길이 이어진다. 굽이굽이 코너를 한 번씩 돌 때마다 대청호의 새로운 풍경이 수없이 나타난다. 눈앞에 펼쳐지는 섬들의 향연은 다이나믹하고 또 로맨틱하다. 다양한 숲길과 수변길, 산길이 조화를 이뤄 걷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가을과 겨울이면 억새와 갈대가 장관인 추동습지공원(대청호자연생태관)과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연꽃마을’까지, 흥미진진한 대청호의 풍경은 지난 여정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신선바위 가는 길, 똥개들을 끼고돌아 나오면 신상교가 바로 눈앞에 나타난다. 물이 조금 빠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둑길을 따라 신상교 아래에 서면 울트라 걷기대회의 대장정은 막을 내린다.

이번 대회 코스에선 대청호 오백리길 공식 구간 중 산길이 많이 빠져 있어 대체로 평이하다. 아스팔트·시멘트 포장길 구간을 제외하면 대청호에 숨은 보석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 대회 이면 깨알 같은 재미

이번 대회에선 10㎞ 단거리코스와 2㎞ 미만의 테마코스도 준비돼 있다.

단거리코스는 대청댐 잔디광장에서 출발, 대청댐 대청교를 건너 금강 변을 걷다 다시 용호교를 건너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왕버들나무 군락지를 비롯해 수변 데크길을 따라 조성된 오밀조밀한 친수공간이 인상적이다. 테마코스는 순환형 4개 구간이 마련된다.

행복코스는 대청댐 주변과 향토음식 체험을 하는 코스로 대청로하스 가족공원을 중심으로 재미있는 스토리 트레킹이 가능하다. 성치산성 일원을 한 바퀴 도는 우정코스는 친구나 직장동료 단위 참가자를 위한 코스이고 슬픈연가 촬영지 인근을 도는 사랑코스는 연인이 영원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소원코스는 신선바위가 포함된 테마코스로 참가자들의 소원성취 의미를 담고 있다.

메인 무대가 차려지는 금강로하스대청공원 잔디광장에선 다양한 행사도 펼쳐진다. 오후 1시부터 버스킹공연과 마술쇼, 요가, 에어로빅 등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오후 8시부턴 야외 영화제가 이어진다.

글·사진=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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